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어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곳까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잠들어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가는 숨소리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물이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적셔주리라.


<감상> 우리가 바라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아, 꽃이 바라는 일도 그랬을 거야, 꽃피우는 일의 힘겨움, 꽃 지우는 일의 힘겨움, 그러니까 꽃 속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꽃을 볼 수 없을 거야, 그게 그대에게 가는 길이라면 더더욱.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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