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엎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우승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냥 달리지 않았을까. 특히 한 번 페이스를 잃으면 다른 선수들에게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마라톤 이라면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멈추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서 일어났다. 그 때문에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개막 첫날부터 인간애가 활짝 핀 감동의 대회였다. 21개국 55명의 여자 마라톤 선수들은 출발 총성과 함께 출발 초반부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였다. 30㎞를 지나면서 무섭게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한 케냐 선수들은 1, 2, 3위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이대로 순조롭게만 달린다면 케냐 선수들이 1위부터 3위까지 싹쓸이 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케냐 3인방 중 선두주자가 40㎞ 지점에서 급수대 위에 놓인 물병을 잡으려다. 바로 뒤에서 달려오던 동료 선수의 종아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 때 선두를 치고 나가던 동료 선수가 되돌아와 넘어진 선수를 일으켰다. 3위로 뛰던 선수도 속도를 줄이고 동료들이 다시 뛰도록 격려했다. 우승 선수에겐 명예는 물론 상금도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선수끼리라도 우승을 양보하는 것은 절대로 바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케냐 선수들에겐 순위보다 동료가 더 중요했고, 인간애가 더 소중했다. 경기 결과는 1명 모두 1위, 2위, 3위를 차지했다. 인간애의 승리였다.

리우올림픽서도 인간애의 감동이 지구촌의 훈풍이 됐다. 여자 육상 5천m서 함께 달리던 여러 명의 선수가 뒤엉켜 뉴질랜드 선수와 미국 선수가 충돌해 넘어졌다. 먼저 일어선 선수가 그냥 달리지 않고 뒤에 쓰러진 선수에게 다가가 “일어나 결승까지 달려야지”하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면식도 없는 선수에게 손을 내민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애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간애가 메마른 우리 정치판에서 협치(協治)는 연목구어다. 20대 국회가 출발부터 상살(相殺)의 19대 국회 그대로다. 사사건건 싸우는 인간애 불모의 정치판은 인생 하류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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