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 짧고 대기중으로 퍼져…북한의 갱도 차폐 능력도 향상됐을 듯

정부가 북한 핵실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 ‘제논’을 탐지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제논 반감기가 짧고 대기 중으로 퍼지는 성질이 있어 기술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갱도를 차폐하는 북한의 능력이 향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전날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5차 북한 핵실험으로 대기 중에 누출됐을 수 있는 방사성 제논을 탐지하기 위해 육상·해상·공중에서 공기 시료를 모아 분석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

포집 대상은 제논의 방사성 동위원소 가운데 제논-131m, 제논-133, 제논-133m, 제논-135 등 4종이다.

이 네 가지 동위원소는 원자폭탄 원료인 우라늄(U)-235와 플루토늄(Pu)-239가 핵분열 할 때 생성되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의 증거가 된다.

이 동위원소들 비율에 따라 우라늄에 의한 핵분열 반응인지, 플루토늄에 의한 것인지 등 북한의 핵폭탄 제조 방식을 알 수 있다.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역시 현재까지 방사성 핵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TBTO는 전 세계적으로 지질학적 정보는 물론 핵물질 이동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관측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가장 먼저 파악하는 곳 중의 하나였다.

원안위는 핵실험을 진행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가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데다, 지하 700m 아래 깊은 곳에서 실험해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누출됐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이 갱도를 견고하게 건설해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는 지난 9일 핵실험 당일 기류가 북동쪽으로 흘러가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돌아 국내에는 이틀 뒤에 유입됐고, 그마저 극미량이어서 포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논은 반감기가 열흘 내외로 짧은 데다 대기 중으로 퍼지는 성질이 있어 핵실험 직후 이른 시일 안에 탐지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2·3차 핵실험에서는 국내에서 제논이 검출되지 않았다.

4차 핵실험에서 일부 확인됐지만, 양이 너무 적고 제논 동위원소 가운데 한 가지 종류만 검출돼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 어려웠다.

일부에서는 포집 장비의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안위는 제논 포집 장비인 ‘사우나’(SAUNA)를 동해안과 서해안에 각각 고정식으로 1대씩, 해상 함정에 이동식 1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한 지 이틀 만에 스웨덴에서 긴급 임차해 동해안에 배치했다.

당시 미국제 ‘아사’(ARSA)에 비해 민감도가 3∼5배 정도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그로부터 1년 뒤 스웨덴으로부터 사우나를 수입해왔다.

당시 가격은 72만 유로로, 한화로는 약 12억원 정도다.

정부가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고도 연달아 방사성 물질 검출에 실패하면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포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주용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능 분석센터장은 “바이칼 호수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을 탐지하는 것만큼이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대기 중 제논의 농도가 워낙 극미량인 데다 반감기가 짧아 검출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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