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다, 혹은 간지럽다라는 언어가 없는 나무의 나라, 그 나무나라의 가지 위를 노래기 한 마리 열심히 기어간다 1,000개의 발을 첫발이 <고>하면 다음 발이 <물>을 받아 고물고물 기어간다 1,000번째의 발이 움직여 그 몸길이만큼 나간다 그 발 밑의 나뭇가지는 간질간질, 근질근질해서 재채기라도 크게 할 법한데, 아무데고 북북 긁고 싶을 텐데 가렵다는 말이 없는 나무나라에는 가려움이 없다

사람나라에는 막무가내 보자기 같은 <사랑>이란 말이 있어 솎아내도 자꾸 싹터오는 미움을 그래도 덮으면서 산다


감상) 너를 보고 싶은데 눈이 사라지는, 너를 듣고 싶은데 귀가 사라지는, 너를 말하고 싶은데 입이 사라지는, 너를 만지고 싶은데 손이 사라지는……, 너를 느끼려 할 때마다 뭔가가 하나씩 사라지는 꿈을 꾼 날 아침…….(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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