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언론에서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지진 관련 뉴스를 접했을 땐 그저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 되면서 수십 수백 명의 인명을 피해를 내는 모습들이 적어도 나 하고는 상관없는 것 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었다. 발등의 불이었다. 악몽이 아닌 현실이었으며 무섭고 소름 끼쳤다. 지난 12일 밤 추석 밑에 느닷없이 경주 지진이 닥친 것이다. 야밤에 놀란 시민들이 집과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아파트 광장에는 수백 명씩 모여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불안에 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라고 만든 국민안전처도 허둥대기 일쑤였으며 경북도와 대구시도 비상 대책회의를 긴급히 개최하긴 했으나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못 잡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전체가 우왕좌왕 하면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응 메뉴얼이 있다. 크게 집안에서 있었을 때와 집 밖에 있었을 때 행동 요령이 있다. 이번 기회에 알아 두는 게 좋다. 대부분의 지진 발생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피해는 따르기 마련이다. 주택과 건물 붕괴가 대표적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우리 아파트와 사무실은 얼마나 안전할까. 내진 설계가 안 된 건물이 많아 한마디로 불안하다.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가 저조한 것은 정부가 1988년에서야 처음으로 건축물에 내진을 설계토록 법령화 했기 때문.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아예 내진 설계 자체가 없다. 1988년부터 건축법과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6층 이상 또는 총 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 반영을 의무화했다. 이때 건축물은 진도 5.5~6.5에 견딜 수 있도록 규정했다.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또는 1천㎡ 이상 건축물로 기준을 강화해 진도 6.0~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9월부터는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 건축물로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면 주택과 학교 등 주변에 있는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내진 설계를 한 곳은 40%에 이르는 반면 단독주택은 26%에 불과하고 학교는 77.3%가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대구 시내에서 민간 건축물은 전체 25만3천681곳. 이 가운데 내진 설계 확보가 된 곳은 2만7천55곳으로 내진율이 27.6%에 불과하다. 아파트는 1만4천530동 중에서 39.8%인 5천342동이 내진 확보를 했다. 나머지 1만3천430동은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 단독주택은 16만2천108 채 가운데 25.9%인 9천499 채만이 내진확보를 했지만 3만6천616 채는 내진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내진성능 확보 건축물 확산을 위해 내진 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민간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내진보강을 하거나 긴축 또는 대수선 시 내진 설계를 할 경우, 재산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진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지진 리스크가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부동산을 계약할 때 내진 설계 여부가 중요체크 포인트로 작용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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