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8시 32분 경주 남서쪽 내남면 부지리에서 규모 5.8의 우리나라 지진 관측 사상 최강 지진이 발생했다. 5.8의 본진(本震)이 있기 전인 오후 7시 44분에는 전진(前震)이라는 5.1 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경주와 인근 포항, 울산 지역 주민들은 전진 때는 대부분 “어 어, 지진이다”며 이렇다 할 대응방법도 모른 채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진 때는 “아이쿠 이러다가”하는 심정으로 대부분 집 밖으로 뛰쳐나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댔다.

“전진 이 있은 후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TV를 보다가 훨씬 강력한 본진이 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아내를 부르며 맨발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는 한 중년 남성은 “불러도 뛰어 나오지 않는 주방의 아내를 남겨 둔 채 내달려 두고두고 책잡히게 됐지만 정말 놀랐다”고 했다.

이처럼 지진에 놀라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 위층에서 물건을 바닥에 끄는 소리만 나도 여진으로 오인해 집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아무런 소리가 없는데도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누워있지를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또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신경이 곤두서고, 가끔씩 속이 메스껍기까지 하다는 이들이 많다. 한 여성은 지진 때 놀란 가슴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정되지 않고, 그때 이후 긴장감으로 목과 어깨 근육이 뭉쳐 근육통을 앓고 있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산다. 마음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 때 그것은 칼로 베인 상처보다 더 무서운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충격)다.

언론이나 관공서에서 아직 경주, 포항 지역의 주택이나 문화재 피해에 대해서만 집중 부각하고 있지만 지역민이 입은 정신적 충격을 다스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은 상상과 공상을 거치면서 확대돼 망상으로 진행되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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