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호미곶 출신 서상만 시인의 최근 펴낸 시집 ‘노을밥상’(서정시학)과 동시집 ‘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께요’(아동문예刊)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께요’(아동문예刊)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다.

‘시골참새와 도시참새’, ‘조롱에 갇힌 새’, ‘파도소리에 잠들다’, ‘맹랑한 바닷가 아이들’, ‘어느 가을날’ 등 다양한 동시 70여편이 실려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재미있는 시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시집 ‘노을밥상’에는 제 1부 ‘사월이 가면’, 제2부 ‘사랑에 벌(罰)서다’, 제3부 ‘해장국집 맨드라미’, 제4부 ‘쪽배’로 나눠 128편의 시가 실렸다.

시들은 대부분 유년의 기억과 어머니, 먼저 간 아내와의 일상, 죽음으로부터 보편적 삶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단형의 시들이 보여주는 내용의 깊이, 새로운 언어들이 조합된 결, 익숙한 사유, 시의 그림이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그의 시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력 때문일 것이다.

‘저무는 모래밭에 앉으니/누군가 독상(獨床)을 차려오네/노을이라도 배부르게 먹으라고// 서쪽 하늘의 고요가 빈 가슴의 밥이었네’-(詩 ‘노을밥상’ 전문)

분주하게 하루를 살아낸 모든 존재들을 감싸며 내려앉는 고요하고 넉넉한 노을과 그 앞에 선 인간의 평화롭고 풍성한 의식이 엿보인다. 단형의 시에서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이고비 저고비 다 넘어온/ 내 생의 마지막 적소(謫所) // 고비사막, /하얗게 내리는 별빛을 지고// 묵묵히 따라가리’

신(神)의 눈 밖에 날 때까지-(詩 늙은 낙타 전문)

노년이 갖는 정신적 여유일까? 죽음보다는 깊은 사유의 생명성이 더 깊게 느껴진다. 짧은 시 속에서도 결코 초탈하거나 달관하지 않는 실존의 목소리가 절절히 묻어나오는 것은 서상만 시인의 시에 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노을밥상’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서 시인은 1982년 등단 25년만에 첫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를 출간한 후 제 1회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시간의 사금파리(2007)’, ‘그림자를 태우다(2010)’, ‘모래알로 울다(2011)’, ‘적소(2013)’, ‘백동나비(2014)’, ‘분월포(2015)’ 출간한 바 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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