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서대로 사상 첫 수동정지 후 안전점검 이행
-원전 지진대비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

경주에 강진이 발생하자 주형환 산업부장관이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저녁 경주 지역에서 규모 5.1과 5.8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규모 5.8 지진은 기상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국민들의 체감 지진도 가장 커서 과연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한지, 원전 등 위험시설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보 욕구가 커지고 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대만 등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의 경우 규모 5 정도의 지진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의연하게 대처하지만 우리나라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진체험이 일종의 공포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때에 제공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알리고 막연한 공포감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 발생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 및 각종 지진 대비 설비에 대해 알아본다.

△ 한수원 매뉴얼대로 첫 수동정지 이행

12일 오후 7시44분과 8시23분 지진이 발생하자 한수원은 지진에 따른 A급 비상을 월성본부 오후 8시, 본사 8시20분, 고리본부 8시34분에 잇따라 발령했다.

사상 첫 A급 비상에 대부분의 직원이 복귀했고 매뉴얼에 따른 대응시스템이 가동됐다.

월성원전의 경우 지진최대가속도 0.2g(규모 6.5)로 내진설계가 돼 있고, 이에 따른 원전운영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SSE(안전정지지진·Safe Shutdown Earthquake)는 0.2g(규모 6.5)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도 안전하게 정지될 수 있는 기준이며, OBE(운전기준지진·Operating Basis Earthquake)는 0.1g(규모 6.0)의 지진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전 가능한 기준이다.

이번 지진의 경우 지진최대가속도 기준 0.1g를 넘지 않았지만 지진파동을 분석한 응답스펙트럼 값이 기준치를 넘어 정지에 따른 준비 및 후속조치를 취한 뒤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월성1·2·3·4호기가 오후 11시56분부터 수동정지에 들어갔다.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은 “발전소 설비는 안전운전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안전최우선 원칙에 따른 절차서 기준 대로 수동정지를 했다”면서 “지진에 따른 수동정지 절차서 수행이 처음이었지만 방재훈련을 주기적으로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대로 잘 대응했으며, 월성1~4호기 정밀 안전점검 결과 현재까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내진설계에 지진자동정지시스템 등 추가

한국 원전은 시설물 건설에 앞서 내진설계를 위해 부지조사, 지진재해도 분석, 지진해일 평가 등을 실시하는 국내 유일의 구조물이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다양한 지질학적, 지진학적, 내진 분야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가장 최신의 기술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해야만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할 수 있다.

또한 일본과 대만 등 세계 지진 빈발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강화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윤청로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은 “원전은 건설시 내진설계로 지진에 대비하는데다 추가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앞으로 원전 주요설비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앞당기는 등 지진 대비 설비 강화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원전 시설과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고의 내진성능을 강화하고 지진 상황을 가정한 훈련과 절차서를 개선해 지진 대응능력을 높였다.

지진감시 능력을 높이고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설비는 세계에서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원전과 대만원전, 미국의 디아블로 캐년 1호기에만 구축돼 있으며, 한국원전의 경우 전 원전에 설치돼 있다.

△ 해일 및 침수에다가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

결정적으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 설비를 대폭 늘리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 국내에서는 국내 원자력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졌고,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침수 가능성을 대비한 전력 및 냉각계통을 강화했다.

고리원전 해안방벽을 구축하고 방수문을 설치했으며, 침수로 비상발전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최종 열제거원이 상실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4개 원전 본부에 이동형발전차도 도입했다.

여기에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 후 대비책을 만들었다.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사고로 진전될 경우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또 압력이 높아져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을 설치하고 있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로를 설치했다.

△ 골든 타임 확보를 위해 발전운영종합센터 신설

한수원은 본사에 발전운영종합센터를 신설해 사고시 전 원전에 대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콘트롤 타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을 실시간으로 통합 감시하고 원전의 고장징후를 조기 감지해 발전정지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며 방사선 유출이나 테러상황 같은 비상시에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해 적기에 비상 대응이 가능토록 설계했다.

국내 원전은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내진설계를 하고 지진의 발생부터 중대 사고를 완화하는 모든 단계에서 취약한 요소를 찾아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IAEA 검증단은 한국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에 대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취한 조치가 신속성과 양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보다 안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규모 9.0의 지진발생 후 진앙지 주변 10기의 원전이 자동정지된 후 안정상태를 유지했으나, 지진해일로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됐다.

이로 인해 고온의 연료봉피복제가 산화해 수소가 발생했고, 원자로건물 상부에 축적된 수소가 공기와 반응해 폭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대부분 가압경수로(PWR) 방식이며, 일본의 비등경수로 (BWR)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격납용기 내부 체적은 우리나라 원전이 일본 원전에 비해 5배 가량 크다.

이에 따라 일본과 같은 지진 및 지진해일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원전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즉 일본 원전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운전하지만 우리 원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해일로 인해 전기가 끊기더라도 증기발생기를 이용한 노심의 냉각이 가능하며, 만약 노심이 녹아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일본과 달리 전기 없이 동작하는 수소재결합기가 있어 수소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일에 대비해 구축한 고리본부의 해안방벽.
침수로 비상발전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최종 열제거원이 상실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4개 원전 본부에 도입한 이동형발전차.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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