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 운영 포항시내 유일 헌책만물백화서점…세계적인 고서점 포르투칼 렐루서점

헌책만물백화서점 전경
동네 서점들이 점점 줄고 있다. 이는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도서시장의 위축과 클릭 한 번으로 싸고 쉽게 구매가 가능한 인터넷 서점의 득세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도 헌책이나 중고 도서들을 팔고 있는 헌책방과 세계적인 관광명소 된 해외 고서점을 소개해 본다.

▲포항 헌책만물백화서점

포항시 북구 용흥동 포항남부초등학교에서 옛 포항역으로 가는 도롯가에 헌책방이 하나 있다.

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중고 종합서점으로, 출입문 위쪽에 ‘헌책만물백화서점’이라고 쓰여 있다.

문을 열면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고, 서가에도 바닥에도 책들로 빽빽하다.

김씨 할아버지(74)와 부인이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건강하시고 서로 의좋게 보이며 매우 친절하다.

책이 꽉 차있어 수량이 얼마냐고 물으니 잘 모른다고 한다. 가게 건물이 대략 50여 평(약 165㎡)으로, 잠자는 방과 작은 부엌과 화장실을 빼고는 모두 책으로 차 있으니 어림잡아 보라는 듯하다.

이 책방이 생긴 지 30여 년, 딸이 운영하던 것을 이어받아 지금껏 두 사람이 꾸려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작은 짐차 한 대로 책을 사들이거나 운반하는 쪽을 맡고, 책을 파는 것은 주로 할머니 몫인 듯하다.

도서 목록이 전산화돼 있지 않아 무슨 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지만 그래도 책 파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김씨 할아버지는 장사가 잘되느냐는 질문에 “두 노인 밥 먹고 산다”며 웃으신다. 얼마나 더 하실 것이냐고 재차 물으니 “이제 힘이 부쳐서 그만두고 싶지만, 가난한 학생들과 예부터 얼굴이 익은 단골, 가끔 책을 모아두었다가 갖다 주는 마음씨 좋은 분들 때문에 쉬이 그만두지 못한다”고 한숨을 쉰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고 좋아할 때가 제일 흐뭇하다며, 어떤 분은 책값의 몇 배를 더 얹어주고 가고 또 어떤 이는 자기 집 책을 싸 와 그냥 주고 간다고.

수입과 수고보다 책에 정이 들고, 책방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고맙고,그리고 자기 삶의 현장이기에 칠순을 넘긴 노부부는 쉬이 손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고서점을 그리워하고 헌책을 찾는 이유는 값도 싸지만, 각박해지는 세상에 손 떼 묻은 책장을 통해 사람의 정을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또 어쩌다 밑줄로 그어 놓은 좋은 글귀라도 있으면, 동감하면서 옛 추억과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노부부와 헌책방이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렐루서점 내부 모습
▲세계적인 고서점 포르투칼 렐루서점

포르투칼 제2의 도시인 포르트시에 유명한 ‘렐루서점(Lello livraria)’이 있다. 작년 유럽여행 때 들렀었다.

흰 건물에 ‘포르투칼 렐루서점’이라는 이름에 두 여인이 창문을 향해 마주 보고 서 있는 그림이 벽에 새겨져 있다.

우선 조용하고 평화로운 인상을 주지만, 문안으로 들어서면 웅장하고 묵직한 기운이 감돈다. 그리고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1906년 렐루 형제가 세운 서점으로 포르투칼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이라고.

이 책 가게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한다.

하나는 ‘헤리 포터’의 저자 ‘조엔 K. 롤링’이 포르투에서 영어교사를 할 때 자주 찾은 곳으로 이 서점에서 영감을 얻어 헤리 포터를 집필한 작품의 산실이었다.

다른 하나는 책 가게 구조가 빼어난 예술 조각공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 서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는 계단이 소라 고동 속처럼 빙글빙글 돌아 오르게 돼 있고, 층별 난간의 유려한 곡선에 고풍스럽고 멋진 인테리어, 그 양쪽에 만든 서가가 고색창연하고 우아하다.

넓고 화려한 천정 스테인드 그라스 창문에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진열된 책과 서가를 비추는 모습은 신비로운 성당 내부처럼 황홀하고 화려하게 보인다.

이곳은 책을 사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관광객이 훨씬 많다. 1인당 입장료 3유로(약 3천750원)를 받으니 관람료로 버는 수입이 책 판매 수익 보다 보다 더 많다고 한다.

고서점 하나가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니 부럽기만 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