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모(33) 씨는 포항에서 한창 신혼집으로 쓸 전세 아파트를 구할 때 전망 좋은 고층만 눈독 들였지만, 최근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저층에 눈을 돌렸다.

김씨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집을 구할 때 아예 저층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진을 연달아 겪은 뒤 빨리 대피할 수 있는 저층에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조권 침해 등으로 부동산계에서 계륵 취급을 받았던 저층 아파트가 경주 지진 여파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예비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세대를 중심으로 안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저층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20일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권 매매나 전세 매물 등을 찾던 구매자가 기존 고층을 선호하던 아파트 매물 대신 1~2층을 비롯해 필로티 층 등 5층 이하 저층에 대해 하루 평균 5차례 이상 문의를 하고 있어 평소보다 2~3건 더 늘어났다.

이는 지난 12일 연달아 일어난 규모 5.1· 5.8 지진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경주에서 규모 4.5 여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저층은 일조권이 부족한 것은 물론 사생활 침해와 범죄 노출 우려, 답답한 조망권, 주변 소음 등의 약점으로 환금성(유동성)이 떨어졌다.

이에 대부분의 분양 아파트 중 1~2층의 저층 세대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오는 등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저층은 이번 지진뿐 아니라 화재 등 다른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 없이 짧은 시간 내 대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 선호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던 주택의 경우 아직은 문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북구 한 공인중개사는 “층간 소음 문제로 저층을 간혹 찾긴 했지만, 지진이 가세하면서 더욱 선호도가 높아질 듯하다”면서 “지진이 또 한 번 더 일어나면 확연하게 저층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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