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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지진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 전에 발생한 강진(규모 5.8)이후 690여회에 가까운 여진이 계속되어 경주 등 한반도 동남부 지방에서는 지진이 주민들에게 일상(日常)이 되어가고 있다. 2012년 이미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 당시 활성단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공청회까지 열기로 하였으나 정부의 반대로 갑자기 무산되고 말았다는 폭로에 가까운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설계당시 예정된 가동연한이 끝난 원전의 가동연한을 계속적으로 늘이고, 추가로 새로운 원전도 계획에 따라 계속 지어나가는 등 원전 확장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가장 원가가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원전의 거의 유일한 장점(정부는 해당 원자로의 폐로비용은 이를 원가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전은 결코 싼 연료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방산비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 원전비리(原電非理)에 대한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2013년에는 ‘원전 마피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원전비리 속에 납품되었던 부품 어느 것이 언제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원전에 납품된 배관 등의 부품이 어쩌면 온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지만 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후속 보도는 듣도 보도 못하고 지내고 있었던 우리들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집행중이다. 이탈리아도 원전 포기 정책을 명백히 하였다. 우리는 원전을 25개나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신고리 5·6호기 비롯한 6개의 원전을 앞으로 10년 내에 추가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정부는 원전 기술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것을 치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어떤 원전이든지 당장 원전가동을 멈추고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원자로 냉각에만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가 운영 중인 원전들의 설계 안전 기준은 (지진)규모 6.5 또는 7.0을 한계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당장 모든 원전들을 순차적으로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하더라도, 만약 앞으로 약 30년 이내에 규모 7.0을 넘는 지진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 원자로의 노심용융(속칭, meltdown)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라는 위험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지금 우리 세대의 안전은 어쩌면 그저 지운(地運)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서글픈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손자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 줄 소중한 다음 세대가 있다. 지금 논의를 시작하는 우리세대들에게는 비록 소용없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더 안전한 나라를 위하여 하루 속히 원전 제로(0)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원전 완전 폐기를 선언하고 대체에너지 연구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 세계에 산재한 원전폐로수요(전 세계적으로 보면 영구 정지된 원전이 157개, 운전 중인 원전이 445개나 된다.)에 선도적으로 대응하여 이를 국가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원전 세일즈를 하러 다녀서는 안 된다. 이제는 원전 폐로 기술을 세일즈 하러 다니는 나라가 되기 위하여 준비해야 할 때다. 더 안전한 나라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너무 늦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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