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악보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감상) 지진이 났다. 아파트가 한 번 휘청, 거렸다.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아이가 빨리 집 밖으로 나오라고 전화기를 잡고 울먹인다. 몇몇 지인은 물을 준비하란다. 계단으로 내려오란다. 나는 베란다 창문 앞에 앉아 다시 올 지진을 기다린다. 나는 마흔 아홉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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