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8 강진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이 정부 대응을 믿을 수 없다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고 있다. 진앙과 가까운 경주 주민들은 아예 집 밖에 텐트를 치고 나앉은 이들도 있고, 차에서 생활하는 사람까지 있다. 지진이 나면 후다닥 뛰어나갈 수 있게 현관문 앞에다 비상 물품을 넣은 등짐가방을 놓아 두고 문을 열어놓는 집까지 생겼다.

아예 ‘생존가방’을 준비한 젊은 부부도 있다. 갓난아기가 있는 포항의 한 젊은 부부는 ‘생존가방’은 물론 아기를 위한 분유와 기저귀, 물을 넣은 가방 하나도 따로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또 SNS에는 ‘생존가방’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어디서 사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파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권고한 ‘생존가방’ 필수품을 보면 물과 비상식량이 최우선이다. 비상식량은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통조림과 부피는 적지만 열량이 많은 초콜릿 등 과자류다. 그 밖에도 손전등, 방진 마스크, 양초, 성냥, 비옷 등이 필수다. 또 활동복과 담요, 침낭 등 보온용품과 응급용 의약품 및 위생용품, 다용도 칼과 같은 생존 도구 등이 필요한 물품으로 들어 있다. 또 한가지, 비상시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루라기도 눈에 띈다. 이들 필수품은 인포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전달되고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생존가방’이 판매되고 있다. 수년간 보존이 가능한 물과 건빵 등 비상식량과 각종 생활용품이 포함된 가방 등이 있다.

우리 국민안전처 포털은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은 제시하고 있지만, 비상시 대비 물품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 지진이 아니더라도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각 가정에 ‘생존가방’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생존가방’의 고안은 물론 재난에 대비한 각종 매뉴얼을 철저히 재정비 해야 한다. 경주와 포항에서는 규모 5.3의 여진이 나던 날 불안한 시민이 차를 몰고 한꺼번에 집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도로가 정체되기도 했다.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행동요령을 익히게 전국민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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