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앞두고 일어난 규모 3.5 여진에 포항·경주지역 일부 학교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키자 학부모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아무 연락도 없이 지진 위험 속에 어린 자식들이 홀로 집에 남게 된 맞벌이 부모들은 학교 측의 무성의한 방침에 분통을 터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 53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10㎞ 지역에서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여진으로 학교 정규수업 시간 중 일어난 지진 중 최대 규모였다.

이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은 진원지인 경주와 인근 포항의 초·중·고등학교에 조기 하교 등 안전조치를 적극 권유하는 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을 받은 각 학교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단축수업을 실시하며, 경주의 경우 초등학교 3곳과 유치원 1곳이 단축수업을 했고 포항에서도 기북·동부·대잠·오천초 등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켰다.

하지만 아이들이 대거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오자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기 귀가가 오히려 아이를 해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학생들을 학교에서 내보내기만 했을 뿐 아이들이 제대로 집으로 귀가했는지, 혹 어디로 가는 지를 확인하는 매뉴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 측에서 빗발치는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전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포항의 한 학부모 정모(33·여)씨는 “학교에서 무작정 집으로 돌려보내 황당하기까지 했다”면서 “만약 큰 지진이 이어지기라도 했으면 학교에서 나간 아이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냐”면서 학교의 안일한 대책을 성토했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학교장의 교육재량권을 강화하다 보니 혹시 모를 대형 지진 등 재난 시에도 비 전문가인 학교장의 선택이 학생들의 생사를 가르는데 이에 대한 정밀한 매뉴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재난 시 교육청 등에서 임시휴업조치를 권유하고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이를 거부할 경우 다시 강제로 임시휴업을 할 것으로 적시됐다.

수많은 학생들의 책임이 온전히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있어 한 명의 잘못된 선택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지진 규모 등 정확한 재해 기준을 마련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재난의 경우 교육부나 지방교육청에서 일괄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보완하고 대책 역시 단순 하교조치를 넘어 재난 시 학생들을 부모에게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진이 거의 일어난 적이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학교 내 대피 시설 마련 등 대책과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