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원숭이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졸음에 빠져든다

그 옆에 활짝 피어난

모란꽃


나무를 잊고

매달려 사는 생을 잊고

자신의 냄새를 천천히 지우며

햇살 같은 털을

저녁 바람에 흩날리며

무리를 벗어나

단 한 번 땅 위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죽음은 그렇게 온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활짝 핀 모란꽃 옆에서

졸음에 빠져들며

자신을 잊어가는 것이다




감상) 그렇게 바쁘게 걷지 마시라, 그렇게 급하게 먹지 마시라, 그렇게 새우잠 자지 마시라, 그렇게 그리워하지 마시라, 그렇게 사랑하지 마시라, 영원한 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우리를 괴롭히지도 않고 마치 남의 시간처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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