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검증 최진철 감독과 코칭진 아마추어화 자초…팀워크 실종

시작부터 위태로웠던 포항스틸러스가 결국 한계를 넘지 못한 채 2016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 진출 꿈이 사실상 무너졌다.

포항은 지난 21일 인천과의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패전으로 남은 2경기서 매경기 9골 이상 넣는 승리를 해야만 실낱같은 상위스플릿 진출 희망을 걸 수 있어 하위스플릿 추락이 확정된 셈이다.

한국 프로축구 전통의 명가이자 전북현대와 함께 2010년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해 왔던 포항스틸러스가 1년내내 힘한번 쓰지 못한 채 무너진 것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었다.

포항은 지난 2000년 중반 파리아스감독시절 ACL 우승과 피파클럽월드컵 3위 등 성적을 올렸지만, K리그에서는 2011년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 시절 절정을 이뤘다.

황 감독은 취임 첫해 K리그 3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FA컵 우승, 2013년 K리그 및 FA컵 통합우승 등 재임 5년동안 가장 나쁜 성적이 2014년 K리그 4위를 차지한 것이다.

K리그 역사상 최초의 K리그 및 FA컵 통합우승과 함께 5년간 우승 1회, 3위 3회, 4위 1회 등의 꾸준히 상위권을 지킨 팀은 찾기 어렵다.

이런 포항이 한순간에 몰락한 이유는 지난해 황선홍 감독이 시즌이 끝나기 전 감독직을 내려놓을 것을 밝힌 뒤 프로감독 경력이 전무한 최진철 감독을 선택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최 감독은 리그운영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는 물론 피지컬코치까지 모두 갈아치우면서 전체 코칭스태프가 아마추어화 되고 말았다.

선수단 역시 팀 공격의 핵심이었던 고무열은 물론 신진호, 박성호, 티아고 등을 모두 잃었고, 중원의 버팀목이었던 김태수까지 내보냈다.

이들중 신진호는 서울과 상주상무의 핵심멤버로 활약중이고, 티아고는 성남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다 7월 중동으로 떠났으며, 김태수 역시 인천의 중원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반면 포항은 최진철 감독이 팀 구성도 제대로 못한 데다 손준호의 군입대, 문창진과 강상우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 등 주력선수가 빠진 채로 3주간의 전지훈련을 떠났다.

포항은 전력보강을 위해 임대보냈던 최호주를 불러들이는 한편 양동현을 급히 수혈했지만 팀워크조차 맞추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다.

설상가상 시즌 개막전에 가장 믿었던 손준호가 무릎십자인대 부상으로 아웃된 데 이어 황지수 역시 부상으로 2달가량 빠졌고, 김태수 대신 영입한 조수철은 10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결국 최진철 감독은 박준희·김준수·정원진 등 신인선수들과 박선용·박선주·강상우 등으로 버텼지만 부족함이 많았다.

4월 한달간 최악의 시간을 보낸 포항은 5월 중반 이후 양동현-심동운 라인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탔지만 7월 들어 다시 곤두박질쳤다.

6월까지는 팀을 꾸리기조차 힘들 만큼 얕은 전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무랄랴·룰리냐·알리 등 3명의 선수를 보강한 7월 이후부터 최진철 감독의 지도력 한계와 팀워크 부재가 부각됐다.

7월 이후 전방에서의 개인플레이가 확연히 눈에 띄었지만 최 감독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지난 18일 울산과의 30라운드 경기서는 어떤 축구를 해야하는지 개념까지 상실한 용병술로 의문을 자아냈다.

그는 이날 전반 내내 울산의 파상적인 공세에 밀리자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수 룰리냐 대신 수비수 김준수를 투입시켰다.

상위스플릿 진출을 위해서는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고, 앞선 2경기서 역전패를 당했던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지만 그는 어이없게도 수비를 강화시켰다.

여기에 K리그 팀들에게 ‘포항은 70분까지만 견디면 이긴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만큼 체력적인 문제까지 드러낸 것도 올시즌 추락의 원인이었다.

선수단의 문제가 여기까지였다면 리그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팀 전력확보에 소홀했던 구단스태프의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다.

포항은 지난 시즌 종료후 전체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공격의 주요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보충은 시즌 시작직전 양동현을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시즌 내내 베스트 일레븐 갖추기 조차 힘들 만큼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FA컵에서는 K리그 챌린지팀에도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구단측은 전통의 명가다운 체면유지를 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올시즌 시민구단인 성남과 광주가 돌풍을 일으켜 온 것을 감안한다면 변명의 명목이 되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신영권사장과 포스코의 책임론까지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년간 팀을 정상으로 이끈 장성환 사장 대신 김응규사장을 임명했지만 불과 5개월만에 신영권사장으로 교체시키면서 포항이 일찌감치 추락할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포항은 잘 될 수 없는 모든 요건들을 갖춘 채 시즌을 시작했고, 시즌내내 실망스런 경기로만 일관한 최진철 감독과 신영권 사장에 대한 퇴진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포항이 하위스플릿리그로 확정될 경우 경쟁팀이 될 수 있는 전남·상주·성남·광주·수원·인천·수원FC중 인천과만 2승 1패로 앞서 있을 뿐이며, 수원FC에 3전 전패, 전남에 1무 2패, 상주에 1승 2패 등으로 밀리고 있어 강등권 추락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포항은 24일 오후 7시 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주와의 32라운드부터는 강등권 탈출을 위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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