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부장.jpg
▲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언제까지일까 하는 의문이 더 공포로 다가온다.

천 년 수도, 대한민국의 정신적 수도인 경주가 흔들리고 있다.

운명의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생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땅의 흔들림으로 경주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젊은 청춘들의 활기가 사라진 도시에 잿빛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대릉원과 교촌 한옥마을, 월성과 남산 하늘 위로 메아리치던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재잘거리던 학생들의 즐거운 수다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곳곳엔 무너진 기왓장 사이로 절망 섞인 한숨만 짙게 배어 나오고 있다. 땅도 하늘도 원망스럽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힘의 존재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한없이 절망케 한다.

흔들린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그 흔들림을 만나면 마치 저승사자라도 만난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흔들림 뒤에 또 흔들림,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지진의 유령이 경주를 맴돌고 있다. 포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흔들리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경주와 포항의 올가을은 우울하다.

폭염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지진이 지축을 흔들어 지금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도 한바탕 휩쓸고 갔다.

경주가 이런 시련의 가을을 맞이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경주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수도이다. 정신적 본향이기도 하다

한반도 최초 통일국가 신라 천년왕국의 수도가 이곳 서라벌 경주이다. 경주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토대를 형성한 곳이다.

원효와 의상의 불교 철학이 삶의 질을 높였고 동학이 인간의 평등을 되찾게 했다. 역사의 분수령마다 경주는 국가를 지탱하는 거대한 정신적 담론을 생산하는 토대가 됐다.

뿐만 아니다. 통일 신라 수도 경주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존재케 했다. 경주는 언제나 역사진보의 중심역할을 담당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상징인 경주가 지진으로 좌절하고 절망케 내버려 둬서는 안될 일이다.

흔들리는 경주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는 것은 경주시민만의 몫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 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경주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니다’라고, ‘요즘같이 살기 힘든 세상에 누구를 돌아볼 힘이 있나’ 라는 생각으로 경주를 외면 해서는 안된다. 경주를 잃는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전자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경주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돼 있다.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이며 황룡사, 분황사, 첨성대, 월성과 수많은 왕릉, 불국토를 재현한 남산 등의 찬란한 우리 불교문화 유적을 보지 않고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한 아이를 기르는데 온 동네가 필요하다’고 하듯이 지진으로 절망에 빠진 경주를 구하기 위해선 대한민국 구성원 전부의 힘이 필요하다. 무너진 기왓장 하나라도 보태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야 한다. 절박함과 간절함만이 절망을 물리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간절함이 경주를 향할 때 경주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