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스폰서·지원금 줄어…선수단 구성 쉽지 않을 듯

2010년대 전북과 함께 K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해 왔던 포항스틸러스가 2016시즌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포항 지휘봉을 맡았던 최진철 감독은 지난 24일 광주와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가 끝난 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떠났다.

올 시즌 인천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이 자진 사퇴한 후 최진철 감독이 K리그 클래식 두 번째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포항의 올 시즌 팀 성적 부진에 대해 최진철 감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포항은 지난해 황선홍 전 감독이 일찌감치 시즌 종료 후 떠날 것을 밝혔지만 12월 초에야 최진철 감독을 선임했고, 실제 부임은 12월 말에 이뤄졌다.

선수단도 황선홍 감독시절과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고무열·박성호·티아고·신진호 등 주력 선수가 떠난 후 양동현 외에 별다른 보강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ACL 플레이오프로 인해 3주간의 짧은 전지훈련, 그나마 남아있던 주력 선수인 손준호·문창진·강상우 등이 군 훈련과 올림픽팀 차출로 빠져있었다.

매 경기 베스트 일레븐을 갖추기도 버거웠던 선수단 구성은 물론 전술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은 최진철호에 기대를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전통의 명가답게 어느 정도 수준의 경기력은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고, 이 참담함이 비단 이번 시즌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게 더 큰 문제다.

포항의 몰락은 어쩌면 국내 프로축구사상 최초의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을 거머쥐었던 2013시즌부터 예고됐다고 봐야한다.

지난 2011년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감독은 날로 줄어드는 예산으로 인해 값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국내선수로 팀을 꾸렸다.

강력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득점력 부재에 시달리자 포항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운‘제로톱’전술을 들고 나왔고, 마침내 2013시즌 기적 같은 대역전 우승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2011년부터 2년 연속 K리그 3위와 우승, FA컵 2연패를 이뤄냈지만 구단이 쓸 수 있는 예산은 더욱 줄어들었다.

황감독 부임 후 5년간 우승 3회(FA컵 포함), 리그 3위 3회, 4위 1회 등 K리그 최정상팀으로 군림하면서 연봉인상요인도 극대화됐지만 이를 반영해 줄 재원이 없었다.

결국 K리그가 낳은 최고의 미드필더로 떠오른 이명주가 거액에 중동으로 팔려나갔고, 지켜야 할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황 감독은 2014시즌 손준호를 발굴해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포항은 더 이상 막강팀이 될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구단수뇌부 인사권을 쥐고 있는 포스코가 이해하기 힘든 인사까지 하면서 팀은 더욱 흐트러졌다.

3년간 우승 2회를 비롯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장성환사장을 내보내고 전례없이 포스코 부사장을 역임한 김응규 사장으로 교체시킨 뒤 불과 6개월만에 신영권 사장으로 바꿨다.

이들 2명의 사장은 축구와의 인연이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포항과의 인연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포항 정서를 전혀 모르는 2명의 사장이 불과 6개월만에 잇따라 교체됐다는 것은 팀을 붕괴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최진철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2002월드컵 레전드인 최감독 역시 U-17대회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전북 원클럽맨으로만 활약, 포항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이 박태하 등 연고선수출신들을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택은 최진철 감독이었다.

선택이유는 여러 가지였겠지만 그 이면으로 들어가보면 결국 돈이었다.

주스폰서인 포스코의 연간 지원금액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산절감이 불가피했던 구단으로서는 선수는 물론 감독 연봉까지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항의 몰락이 비단 올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포스코의 재정상황이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속에 지원을 더 받기 쉽지 않고, 그동안 크고작은 지원을 받아왔던 계열사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기대할 만한 곳이 포항시지만 그동안의 정황으로 봤을 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포항시는 올해 포스코로부터 460여억원의 주민세를 받아냈지만 포항스틸러스 지원금은 겨우 4억5천만원이었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 첫 진출한 수원FC와 성남FC가 수원시와 성남시로부터 70억원, 광주FC가 광주시로부터 50억원 가량을 지원받는 것을 감안하면 조족지혈이다.

하지만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는 한동안 1억여원에 불과한 지원금을 주면서도 구단 단장자리를 내놓으라고 어깃장을 놓다 4억5천만원으로 올려 생색을 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4일 문명호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등이 경기장을 찾아 현실을 둘러본 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다.

포항 추락의 이유를 든다면 끝도 없이 나오겠지만 최진철감독만 희생양이 된 채 그 모든 짐을 지고 떠났다.

그러나 최진철 감독의 잘못은 구단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 팀을 맡은 것 뿐이었다.

따라서 또다른 희생양 찾기에 앞서 주스폰서인 포스코와 포항시 차원에서부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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