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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이를 키워보면, 간난 아기 때는 혼자 내버려 들 수 없으니까 부득이 아이를 업고 다녀야 하므로 같이 다닐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걷게 될 때는 떼어놓고 가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데도 떼를 쓰면서 부모를 따라 다니려고 해서 난감한 경우가 한두 번 아니었다.자식의 입장에서는 어릴 때는 혼자 있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 부모를 따라나서려고 하는 것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같이 가게 되면 용무를 보는데도 거치적거리고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같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식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같이 가주었으면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어떻게 하든지 같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 눈치껏 따라오고, 아이를 거느리고 다님으로써 나도 이렇게 장성한 자식이 있다는 것을 유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서 동행하고자 하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원하는 곳도 아니고, 자기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도 없는 무미건조한 장소나 주제이기 때문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부모가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평소에는 부모 스스로 마음대로 가던 곳도 갈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직장을 다니거나 생업에 바쁜 자식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기에도 주저된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고민을 하다가 보면 어느새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치매까지 오게 되고, 그러면 할 수 없이 의미 없는 삶을 사는 신세가 되고 만다,

노모는 팔순 중반까지 스스로 농사도 지으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초하루와 보름에 주기적으로 가던 사찰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집에서 상당히 먼 곳으로 이주하였고, 이에 걸어서는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는 바람에 고관절 골절이 되어 수술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연세든 노인이 고관절 수술을 받고 한두 달 입원을 하게 되면 다리 근육이 소실되어 잘 걷지를 못하게 되고, 그러다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걷지를 못하니 다리 근육이 부족하고, 다리 근육이 없어지니 자연히 걷지도 못하게 되어 그만 잘못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모는 평소 다니던 절에는 가야 하겠고, 버스는 타러 갈려고 하면 제법 걸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조차도 자주 오지 않는 등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식들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학교수업이 없는 시간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모를 모시고 절을 오가게 되었다. 절에는 일반적으로 안노인들이 많이 오고, 나이도 70대 이상이 많지만(요즘은 70대라고 해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한 분들이 많다), 거의 걸어서 오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는 분들이 많았다. 노모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걷거나 버스 등을 이용하여 움직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내심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 아닐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또다시 다치게 되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기에 모시지 않을 수 없다.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절에 오는 많은 분들로부터 효심이 있다는 칭찬 소리도 듣게 되어 쑥스럽게 되었다. 효라는 것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진실되게 마음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고, 그것이 본래의 효이다. 나처럼 어쩔 수 없이 부득이 하는 것은 효가 아니지만, 남의 눈에는 효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가 아닌 것을 효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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