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눈 뜨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나무에 검고 크다란 눈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바라본 것은 나의 눈이었지만
나는 그 눈에 내가 비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에도 눈이 있었다니!

세상의 아무도 나를 못 보았다고 해도
그 눈이 나를 밝혀내리라
나뭇가지 사이 반달처럼 걸린 외짝 눈에 숨어 있던 내가 들키리라




감상) 나는 못 보는 나의 눈, 손에 묻은 먼지를 보고 풀어진 신발 끈을 볼 수는 있어도 나는 못 보는 나의 눈, 내가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를 보는 순간 나무는 내 가슴에 걸린 뭔가를 보리라, 나는 그 가지가 더럽다고 얼굴을 찌푸리지만, 나무는 나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으리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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