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는 1967년 10월 9일 볼리비아의 한 학교 교정에서 살해됐다.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배낭 속에는 작전지도, 소형무전기, 두 권의 비망록과 녹색 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두 권의 비망록은 ‘체 게바라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머지 노트 한 권은 40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가 2007년 볼리비아 중앙은행이 공개, 베일이 벗겨졌다. 노트엔 자신의 손으로 적어 놓은 69편의 시가 적혀 있었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게릴라 전투 중에도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엔, 레온 펠리뻬 등 4명의 시인들의 시를 애송했던 것이다. 생과 사가 넘나드는 현장에서 그가 필사해 애송한 시들은 삶과 인간 사랑에 대한 열정이 담긴 시들이었다.

체 게바라가 다른 혁명가들과 달랐던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정치적 행위이자 삶을 확인하는 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체 게바라는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혁명가의 책도 읽었지만 2천 권이 넘는 그의 서가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라톤의 ‘대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등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게릴라 생활 중에도 그의 배낭 속엔 항상 책이 들어 있었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키웠고, 남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유연한 사고를 갖출 수 있었다. 체 게바라는 책에서 인간을 배웠고, 인간애를 실천했다. “그이는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었어요.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든 손에서 책이 떠난 적이 없었어요” 게바라 두 번째 부인의 회고담이다.

“나는 대학을 못 다녔지만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그것은 모두 어려서부터 읽었던 책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때 이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도스토엡스키의 ‘죄와 벌’ 등을 일본어로 읽었어요. 지금도 ‘문예춘추’ 등 일본 문예지를 많이 읽어요. 책을 꾸준히 읽었기 때문에 ‘웃으면 복이 와요’ 원고도 쓸 수 있었어요. ‘배 수한무…’로 시작되는 히트작도 책을 뒤져서 직접 썼어요” 최근 고인이 된 ‘국민코미디언’ 희극황제 구봉서가 생전에 한 인터뷰서 밝힌 말이다. 독서는 최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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