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끝나자
머리에선 뿔이 돋았다

나뭇가지처럼
그 말이 끝나자 귀 뒤에서
불이 켜지고 싹이 돋았다

어디선가 종이 울리고
두 손이 엎드려 앞다리가 되었다

구름들이 내려와
등판에 배에 옆구리에
얼룩덜룩 들러붙었다



아주 멀리서 온 기적처럼
유모차에 아이가 딸랑이를 흔들며
이쪽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는데
나아가던 그 말 알 수 없었다

나는 왜 여기 서 있었는지
그 말 무엇이었는지



감상) 오늘은 간절하게 부엉이를 그리워해 볼까요.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를 그 울음소리가 어둠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올 때 누군가는 무섭다 하고 누군가는 가슴 아프다고도 하던 그 부엉이 소리. 우리의 간절한 말이 모이면 그 소리를 아파트 숲으로 불러올 수도 있을 텐데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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