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동양유물 박물관인 기메박물관에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한 점이 있다. 이처럼 외국에 흘러나가 있는 우리 고려 불화가 국내 보다 외국에 더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불화가 국내에 19점 정도 있고, 미국과 유럽에 20점, 제일 많이 있는 곳으로 일본에 120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 불화 가운데서도 가장 정수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다. 신비스럽고 고혹적이어서 불교회화의 꽃으로 불린다. 수월관음도의 존상은 오른발은 왼쪽 허벅다리 위에 올리고 왼발은 오른쪽 무릎 밑에 넣어 앉은 반가부좌 제세다. 깎아지른 절벽 바위에 올라 앉아 선재동자를 굽어보고 있다.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보다락가산(補陀洛迦山)의 관음보살을 찾아가 깨달음을 구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수월관음, 글자 그대로 은은한 연못 유지(幽池)에 비친 달빛처럼 맑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것이다. 한 점만 봐도 보살의 경지에 이른다고 할 정도다.

고려 불화는 붉은 법의 위에 흰 사라(명주실로 거칠게 짠 비단)를 두른 모습이 압권이다. 요즘 말로 씨스루의 극치다. 붉은색과 흰색에다 금니(金泥)로 정교하게 그려낸 몸체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월관음도에는 배경에 한 쌍의 푸른 대나무를 그리거나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 등 상의 형태에 따라 적절한 구도를 취하고 세련된 표현한다.

최근 한 기업가에 의해 이 귀한 고려 불화 한 점이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사재 25억 원을 들여 일본에 있던 수월관음도를 매입, 중앙박물관에 기증한다고 한다. 윤 회장은 미술품 중간상이 일본에 있는 수월관음도를 살 사람을 알아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구매 결정을 했다고 한다. “문화재는 국가가 소유해야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다”는 윤 회장의 뜻이 숭고하다.

윤 회장이 매입해 기증하기로 한 수월관음도는 14세기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40여 점 밖에 남아있지 않는 귀한 수월관음도 한 작품을 한 기업가의 결단으로 우리 품에 다시 돌아오게 돼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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