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민소환제도(Recall)다. 누구나 물건을 살 때 주변 사람 평가도 듣고 스스로 신중하게 살펴 결정을 하지만 나중에야 그 물건의 하자를 발견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리콜제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만 있다. 오직 “선출직 ‘지방’공직자”만 그 대상이 된다. 최근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의 서명 요건이 조금 부족하였다는 이유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청구가 선관위에 의하여 각하되기도 하였다. 제주시장,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서는 투표까지는 이루어졌으나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아 결국 투표함 개함도 없이 끝났다. 어느 것이나 결론을 본 것이 없다. 요건이 너무 엄격한 것이다. 보궐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10%도 안 되는 득표율로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리콜은 왜 이리 엄격하여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살릴 또 하나 중요한 제도가 바로 국민발안제도(Initiative)이다. 그야말로 국민이 직접 어떤 주제(법률안)에 대한 발의권을 가지는 것이다. 아이폰7을 미국이나 일본에서 24개월 약정으로 구입하면 공짜라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돈이 주어야 하는지 궁금한 국민이 많다. 그런 국민이 함께 연구한 다음에 의견을 같이하는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을 모아 법률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이를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처리(가결, 부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문제에 찬성하고 반대한 국회의원들의 발언과 투표결과는 고스란히 기록될 것이니 국민발안 법률안이 쌓여갈수록 국민은 누가 자신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된다. 이런 민주주의를 정말 해 보고 싶다.
국민투표(Referendum)는 우리나라도 헌법에 규정을 두고 있다. 이라크전 파병, 전시작전권회수 결정이나 그 결정의 연기 결정 등은 모두 국민투표 감이었다. 사드(THAAD)배치에 대하여도 그것이 우리 헌법 전문의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에 헌법 제72조에 따라 당장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답은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다.”라고 한다. 우리가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잘 먹고 잘살 수 없다는 뜻이다. ‘쌀값 공약’을 지키라고 외치던 백남기 농민이 며칠 전 선종했다. 지금도 절반 가까이 폭락한 쌀값 걱정으로 잠 못 이룰 우리 농민들을 위하여, 밥 열심히 많이 먹고 위기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에 매진하는 심부름꾼들이 보고 싶다. 이들을 통하여 앞으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우리가 직접 소환하고, 직접 발의하고, 직접 (국민) 투표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