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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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빛보다 100경(京)배 밝은 포항 제4세대방사광가속기의 ‘포항의 빛’ 이 인류 진보를 향한 ‘세계의 빛’으로 29일 준공식과 함께 위대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경북 포항 포스텍 내에 구축돼 올해 4월 14일 시운전을 시작한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지난 6월 29일 0.5nm(나노미터) 파장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4세대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4세대방사광가속기 는 신약 개발·신물질·신소재 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인류의 진보에 획기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속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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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기는 입자 종류에 따라 방사광(전자)·양성자·중이온 가속기 등으로 나뉜다. 방사광가속기는 이 중 전자를 빛과 같은 속도로 가속 시켜 그때 생기는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또 가속 방식에 따라 3세대, 4세대 등으로 분류된다. 3세대까지는 전부 원형 가속기이다. 전자를 둥근 관 안에서 접선 방향으로 돌려 가속 시키는데,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쓰기 좋다.

반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직선형으로, 활시위를 당기듯 전자를 쏴 가속 시킨다. 직선으로 가속되는 선형가속기의 마지막 부분에 남극과 북극이 아주 짧은 거리에서 교차 되는 일명 언듈레이터(undulator)라는 영구자석이 설치돼 있는데, 전자가 이 영구자석을 통과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방사광가속기는 1나노미터(nm, 10억분의 1m)보다 작은 미세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거대 장치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보다 100억 배 밝은 강력한 빛을 내 나노 크기 물질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 1천조 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찰나의 현상을 느린 화면처럼 보여줘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이로써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구조 등을 관찰해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설비에 달린 ‘광음극 전자총’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금속표면을 때리면 전자가 방출돼 레이저 길이만큼 짧은 전자빔이 만들어진다. 전자빔은 선형가속기를 지나면서 빛의 속도로 가속되고, 양극 자석으로 구성된 빔 압축기에서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 정도로 크기로 압축된다. 전자빔은 다시 선형가속기를 거쳐 여러 개의 양극 자석이 상하로 배치된 언듈레이터로 들어가는 데 이곳을 지날 때 좌우로 움직이면서 발생한 빛이 하나로 합쳐져 레이저 형태의 성질을 띄는 4세대 방사광이 만들어진다.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 성공

한국이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꿈의 빛’으로 꼽히는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빛은 물질 현상을 초정밀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의료·신소재·반도체 등 미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올리며 강력한 X선을 만드는데 이때 가속기의 전자들과 X선 궤도·파장이 0.005nm 오차 이하로 일치해야만 X선 레이저가 발생한다. 그만큼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한 기술이다.

X선 레이저는 태양 빛보다 100경(京)배나 밝은 빛으로 물질의 구조를 나노 단위로 관측할 수 있고, 물질 현상을 펨토초(10의 마이너스 15 제곱) 시간 단위까지 미세하게 쪼개 포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X선 레이저는 단백질이나 세포의 움직임을 초정밀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어 몸 안의 단백질을 제어해 각종 질환을 퇴치하는 미래 신약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신소재 분석 역량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에너지 효율이 100%인 태양전지나 단원자 트랜지스터(원자 한 개로 구성된 반도체 소자), 수소 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세대방사광가속기가 탄생하기까지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995년부터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해왔다. 그동안 물질의 특성을 밝혀내고 암세포 구조를 밝히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크기가 큰 단백질만 촬영이 가능하다. 세포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얼린 뒤 죽은 냉동세포를 절단해서 봐야 하는 까닭에 살아 있을 때의 특성을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

분자생물학 분야에서는 단백질 시료를 결정체 형태로 만드는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나의 분자만으로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실험장치가 절실했다. 그것이 바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천298억원을 투입해 빛의 효율이 더 좋은 4세대로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리고 지난 4월 14일 첫 빔을 쏘며 시운전에도 성공했다. 우리의 뒤를 이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스위스이고, 영국과 중국도 구축 계획을 밝힌 상태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밝기 때문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는 태양보다 100경배, 3세대보다 100억배나 밝아 물질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빛의 진폭도 0.1㎚ 정도로 짧아 1000조분의 1초(펨토초·fs)로 움직이는 물질의 현상까지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화학반응은 너무 빠르게 진행돼 분자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다. 펨토초의 시간 분해능을 가진 가속기가 아니면 분해되는 순간의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체를 보기 위해 과학자들이 처음 개발한 것은 현미경이다. 그러나 보통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파장이 400~700㎚인 가시광선이기 때문에 이보다 작은 물체는 볼 수 없다. 마치 눈금 간격이 1㎝인 자로 0.001㎜ 크기의 진드기 생김새를 알려고 하면 불가능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파장이 짧은 빛을 이용할수록 작은 물체 내부까지 속속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은 원자들의 화학결합 구조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파장이 0.1㎚ 정도로 짧은 X선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은 잘 알려진 DNA나 단백질 결정의 3차원 구조도 물질을 딱딱한 결정으로 만든 뒤 X선을 쪼여 알아낸 것이다.

△신약 개발·신물질·신소재 기술 등에 활용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에 비해 훨씬 좁은 면적을 선명하게 쪼여 분자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분해되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노 세계를 보는 현미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단분자 단백질은 물론 얼리거나 멈추지 않고도 살아 있는 세포를 실시간에 3차원 이미지로 분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우리 몸속의 단백질이나 살아 있는 세포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일이 가능하고, 식물의 광합성 반응에서 빠르게 생기는 물질도 밝힐 수 있어,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이나 유전공학을 연구할 수 있다.

또 측정 시간은 짧은 반면 빛의 세기가 강한 덕분에 이전보다 정확하게 혈액이나 물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가령 산소와 수소가 만나면 물이 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결합 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면 물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볼 수 있다. 물을 이루는 원소인 수소와 산소가 어떻게 붙고 떨어지는지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수소연료 등 대체에너지의 원천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만드는 레이저를 ‘꿈의 빛’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부터 만들어진 방사광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재료과학, 기계, 반도체, 의학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번개가 번쩍하는 순간보다도 수십억분의 1초보다 빠른 빛으로 화학촉매 반응, 분자결합 반응, 생체 반응 같은 초고속 자연현상을 관측해 낼 우리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앞으로 펼칠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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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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