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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우리나라 사법사상 가장 청렴한 법관의 표상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동안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회 프락치 사건 판결 등 사법부 독립을 위해 법관으로서의 소신을 강직하게 지켜온 분으로 유명하다.

그가 한국전쟁 때 한쪽 다리를 다쳐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고 병상에 있을 때 평소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이승만 대통령이 사직을 종용했으나 그는 사법권 독립의 기초를 다지기 전에는 그만둘 수 없다며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의족을 짚고 불편한 몸으로도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대법원에 등원해 전국 법관들의 불편부당한 판결과 청렴을 위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었다. 그러나 일부 법관들이 자유당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금권을 가진 자들과 야합을 하는 등의 일탈 행위가 이어졌다.

당시 어느 대법관 출신 인사는 “가인이 지팡이를 짚고 한쪽으로 기운 자세로 걷는 그의 모습은 병들기 시작한 사법부의 한 모습 그대로였다”고 술회했다.

지난 28일 자로 그동안 말도 많았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여성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초안을 만들어 제안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5년여 만에 입법이 이뤄줬다. 이 법안이 제안되었을 당시 스폰스 검사비리(2010년), 벤츠 여검사 사건(2011년) 등의 법조 비리가 연이어 터지는 등 고위공직자의 뇌물비리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 났었다.

계속된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는 올해 들어서도 검사장급 고위인사와 현직 부장판사,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구속되는 등 비리가 세간의 눈을 비웃던 잇따라 발생하고 또 현직 부장검사가 억대의 뇌물사건으로 29일 구속됐다.

법조계만 비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선 집권여당의 당 대표를 지낸 사람과 전직 총리가 비리혐의로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고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계의 대부 역할을 했던 인물도 수사를 받는 등 대한민국이 부정부패를 모아놓은 비리백화점이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대한민국이 부정부패로부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세계 청렴도 국가 순위 47위(2016년 현재)의 언저리를 맴돌며 국제사회에서 삼류국가의 대접을 받는 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법조계는 물론 정계, 경제계 등 사회 지도층이 비리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김영란법이 열 개가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국민 사이에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계속 이어지는 한 청렴 대한민국은 태어날 수가 없다.

1953년 전국법관회의에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행한 ‘법관 몸가짐론’은 지금도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계 및 각계에서 잠언으로 회자 되고 있다.

그는 △세상 사람으로부터 의심을 받을 일을 해선 안 된다 △음주를 근신해야 한다 △마작과 화투 등 유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어떤 사건이든 판단을 하기 전 법정 내외를 막론하고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4가지 ‘법관 몸가짐론’을 말했다. 지금 후배 법관들이 가인의 법관 몸가짐론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문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전북 순창에 있는 가인 연수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방문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다.

’-무릇 시대의 탁류 앞에서는 3종류의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니, 하나는 거기에 굴종하는 사람이요, 또 하나는 피하며 숨어 지내는 사람이요, 다른 하나는 그 탁류와 더불어 마주 싸우며 끝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 글을 읽고 떳떳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최고 권력 세도가들인 법조계와 정계 인사 80%가량이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 3구가 아닌 상대적으로 싼 강북에 살거나 집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때까지는 김영란법은 지속돼야 ‘청정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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