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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 병원장

어른들은 모두 다 마음속에 덜 자란 아이를 하나씩 품고 있다. 그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세상을 대하는가가 그 어른의 행동 패턴이 된다. 그 아이가 4살에서 7살 정도의 나이에 아주 중요한 갈등을 겪는데 그것을 오이디푸스(Oedipus)의 갈등이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은 이 시기의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하며 얼마나 그 갈등을 잘 해결해 내느냐가 훗날 얼마나 중요한 주체성을 확립하느냐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는 아주 슬픈 운명을 타고난 왕자(王子)였다. 이 왕자는 원래 한나라의 왕가의 자손이었으나 무서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예언으로 그 왕가로부터 버려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이웃 나라로 흘러들어 이웃 나라의 왕자로 장성하게 된다. 평화롭던 어느 날 한 예언자로부터 ‘당신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는 엄청난 패륜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오이디푸스는 그 예언이 두려워 왕관을 버리고 나라를 떠나 방랑을 하는데 외진 길에서 우연히 어떤 노인의 행차를 만나게 된다. 혈기 왕성했던 오이디푸스는 싸움 끝에 그 노인을 해치우게 되는데 그가 바로 그의 아버지였고 왕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체 길을 간다. 드디어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지배하는 나라에 도착하여 스핑크스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낸 후 스핑크스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그 나라의 왕이 된다. 왕이 된 오이디푸스는 태평성대를 누리다 우연히 그 나라의 과부 왕비를 만나게 되는데, 첫눈에 반해 버린 그 왕비에게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사랑의 힘을 느끼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운명의 얄궂음이여. 그녀는 그의 어머니이다. 훗날 그 사실은 알고 난 오이디푸스는 엄청난 고통과 죄책감으로 스스로 두 눈을 멀게 하고 길을 떠나게 된다는 비극적 신화이다.

인간성장의 과정을 설명하는 한 예로 이 슬픈 오이디푸스 왕자의 신화를 인용한다. 4세에서 7세 정도의 나이의 어린 왕자에게 이 세상의 전부는 무엇일까? 바로 ‘어머니’다. 그의 모든 것인 어머니를 영원히 차지하고 싶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장 강력한 적이 바로 ‘아버지’인 것이다. 이 엄청난 경쟁자를 앞에 두고 어린 왕자는 비로소 삶의 고민과 시련과 갈등이 생긴다. 아버지라는 경쟁자는 어떤 사람인가? 우선 야속하게도 어머니가 아버지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 제일 큰 충격이다. 아버지라는 존재! 키도 크고 발도 크고 목소리도 굵고 힘도 세다. 이길 수 없는 상대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독차지하고 싶다. 이 어린 왕자에게는 얼마나 큰 갈등인가? 이때의 갈등을 ‘오이디푸스의 갈등’이라 한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아하, 아버지와 대항하기보다 내가 아버지처럼 되면 엄마가 나에게 올 것이라는 묘수를 찾는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이 가련한 어린 왕자는 어머니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버지를 닮아 가는 과정을 시작한다. 오이디푸스 왕의 신화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지만, 우리 집의 어린 왕자는 이런 엄청난 갈등을 극복하고 비로소 성숙한 인격을 갖추어 가는 해피 엔딩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인 것이다. 비로소 ‘누구처럼’ 돼 가는 한 주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 오이디푸스의 갈등이 성숙하게 극복되지 않으면 훗날 많은 ‘신경증병’들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고까지 설명한다.

이제 집에 있는 귀여운 우리 어린왕자를 다시 바라보자. 그는 아버지를 닮아가려고 배우고 따르고 흉내 내고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놈 네가 어머니 때문에 나의 자리를 노리는 것을 나는 다 안다”라고 윽박지르지 말기를. 이런 과정은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어린 왕자는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곽호순 병원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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