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꿈의 빛’이라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준공됐다. 신약과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꿈의 장비’로도 불리는 이 장치는 거대 현미경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나오는 X선으로 생명체를 비롯한 다양한 물질의 내부를 관찰한다. 지난달 29일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준공식을 가진 이 장치는 햇빛보다 100경(京) 배나 밝은 X선 레이저를 낸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라니 자랑거리다.

자랑일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굵직굵직한 연구 성과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 또한 크다. 놀랍게도 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국산화율이 70%나 된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천298억 원을 들여 완공, 시운전에 들어간 지 2개월 만인 지난 6월 14일, 마침내 X선을 발생시키는데 성공했다. 1.1㎞의 선형방사광가속기에서 전자가 빛의 속도로 가속되다가 방향을 틀면 다양한 빛이 나오는데, 이 중 물질 내부를 보는 데 적합한 X선이 나오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강력한 X선을 이용하면 물질에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4세대 가속기는 규모도 놀랍지만 정밀도 또한 상상 이상이다. 가속기가 앉은 부지는 12만㎡로 축구장 50배 규모다. 공사를 하면서 덤프트럭 12만 대 분량의 흙을 실어냈다. 길이 710m에 이르는 가속장치를 지나는 동안 전자의 궤도 정밀도가 2㎛(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라 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수준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은 3세대의 것보다 1억 배나 밝다. 관찰 시간의 한계도 극복했다. 3세대가 1조분의 1초인 피코초 단위까지 관찰 가능했다면 4세대는 1천조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 해상도와 최고 속도의 현미경을 갖춘 셈이다.

이 꿈의 장비로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까지 관찰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신약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포항이 앞으로 세계적인 신약기술의 메카가 될 전망이다. 4세대 가속기가 철강 이후 산업을 걱정해 온 포항에 새 빛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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