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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주변에, 동명이인 동창생이라는 설정의 코미디멜로물인 ‘또 오해영’이 끝나고 나서 “이제 무슨 재미로 사냐?”고 하던 사람이 있었다. 요즘엔 대세 박보검이 나오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넋을 잃고 보다가 한 시간여 만에 박보검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박하선의 인생드라마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 ‘혼술 남녀’를 보고 나서야 잠을 잔다고 한다. ‘구름이 그린 달빛’에도 황구첨정(黃口簽丁) 등에 시달리는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려는 세자 박보검의 애민정신이 나오고, ‘혼술남녀’에도 비 오면 물 들어오는 반지하에 살면서 악전고투를 벌이는 공시촌 국어강사의 고단하고 서글픈 현실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왠지 그냥 드라마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 바로 국회방송이다. 로그인이나 다운로드가 필요 없고 단 한 푼의 결제도 필요 없이, 국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터넷 국회방송(www.natv.go.kr)이다. 그저 첫 화면 좌측 하단에 나오는 인터넷 의사 중계를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은 국감이 열리고 있는 시기라 생중계가 가득하다. 그러니 회의가 열리고 있는 시간이라면 생중계되고 있는 것 중 하나를 클릭해서 보기만 하면 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환노위’를, 한진 해운 사태에 관심이 있으면 ‘농해수위’를, 청와대에 관심이 있으면 ‘운영위’나 ‘정무위’를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돌발적으로 진행되는 ‘국회 기자회견장’ 생중계도 SNL이나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압권인 것은 ‘영상회의록’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우리 국회에 대한 거대한 영상기록물이다. 위원회별, 날짜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으며 발언 순서까지 정리되어 있으므로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볼 수도 있다. 19대 국회 말미의 필리버스터 중 모든 발언 내용도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고, 필리밥스터를 포함한 김재수 장관 해임안 통과 과정도 간단한 클릭만으로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코미디빅리그’나 ‘개그콘서트’ 애호가라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대한 국감 회의 과정에서 화장실로 가 버린 증인을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들도 편집 없이 모두 볼 수 있다.

사드 배치 최적지 변경 발표, 스폰서 부장검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우병우 수석에 대한 무혐의 가능성 보도 등이 “또 금요일이냐”는 말이 나오듯 지난 금요일에 모두 쏟아져 자세한 내용도 알기 어렵다.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주류 언론이 침묵하는 일들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냥 “지상파 뉴스에도 안 나오는데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버거우니 저녁에 TV드라마라도 보면서 위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그냥 손쉽게 TV드라마만 보면서 울고 웃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러다간 자칫 ‘동물’ 취급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결정할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날마다 생방송으로 녹화되고 있다. 그 녹화본이 아무런 제한도 없고 비용도 내라고 하지 않은 채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다. 우리 중 누구든지 상임위 하나를 정해 놓고 대하드라마를 보듯이 그 상임위 회의를 계속 본다면 만약 그가 갑자기 그 위원회의 위원석에 앉혀져 질의권을 부여받게 되더라도 아무 어려움 없이 질의해나갈 수 있게 되는 모습, 우리 헌법이 구현하려고 하는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민주주의다. 국회가 열심히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이 그런 국회를 열심히 감시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이 보장될 것이고 국가와 민족의 안정과 번영도 확보될 것이다. 이제 드라마가 끝나면, 드라마를 보듯 국회를 보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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