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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주)컬처팩토리 대표이사

소득과 경제 수준이 높아가면서 시민들은 문화 향수권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공연계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세월호, 작년의 메르스 사태로 인한 위축과 수요보다는 공급이 과잉인 속에서 관객 수는 급감하였으며 아직도 뚜렷한 회복 기미는 없는 실정이다.이처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계에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은 또 다른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그동안 지역공연계는 외국라이선스 뮤지컬로 대표되는 대형뮤지컬과 지역에서 생산된 소극장 위주의 연극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동안 대형공연은 각 대학, 기업, 금융계 등에서 구매하는 후원형태의 단체티켓 구매에 많은 의존을 해왔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5만 원 이상 티켓은 선물로 간주해 신고될 경우 처벌이 불가피하다. 대상은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과 가족 등 수백만 명에 달한다. 

특히 타격이 클 분야는 티켓가격이 10만 원 내외에 형성되는 뮤지컬 시장이 될 것이다. 기업을 비롯한 단체 구매량이 전체의 20 ~3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판촉 등을 위해 그동안 뮤지컬 티켓을 상당 부분 사들였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당히 움츠러들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공연계에서 만든 공연 중에는 대부분이 1만 - 3만 원 정도라서 5만 원 이상의 공연이 없어 다행이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 다행이라는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하다. 매년 200억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역공연계에 지역에서 생산된 공연 매출은 겨우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외부공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공연계는 유명스타도 거대한 자본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홍보나 마케팅도 뒤지고 게다가 소극장 위주로 공연되다 보니 관객의 주목을 끌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필자가 제작하고 연출한 뮤지컬 ‘만화방미숙이’가 지역 뮤지컬로는 최초로 대학로에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바가 있고 뮤지컬 ‘미용명가’는 국내에서 300여 회 공연 후 2012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하여 중국 배우가 출연하는 중국판으로 제작되어 50여 회 이상의 공연실적을 기록하며 지방에서는 드물게 공연한류를 이끌고 있다. 이 작품은 한·중합작으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예산이나 규모는 작지만,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티켓비 5만 원 이내의 ‘작지만 강한 작품’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공연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류작품을 보면 대형작품이 아니고 ‘난타’, ‘점프’, 뮤지컬 ‘김종욱찾기’, 앞에서 언급한 지역산 뮤지컬 ‘만화방미숙이’, ‘미용명가’ 등과 같이 출연진 10인 이내의 소규모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작은 규모 공연이지만 세계인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과 독특한 무대표현으로 채워져 한국공연문화콘텐츠가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란법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공연계에서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역만의 특화된 작품을 개발하고 공연한류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여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계기로 삼는 시도를 공연관계자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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