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참 엄청 무겁겠다.
깜깜하겠다.
초록 이쁜 담쟁이 넝쿨이 이 미련한, 시꺼먼 바윗덩이를 사방 묶으며 타넘고 있는데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그 한복판에 살짝 앉았다.
날아오른다, 아.
죽음의 뚜껑이 열렸다.
너무 높이 들어올린 바람에
풀들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나왔다.
그 어떤 무게가, 암흑이 또 이 사태를 덮겠느냐, 질펀하게 펼쳐지는,
대낮에 번쩍 눈에 부시다.



감상) 태풍 차바가 지나갔다. 영일만항은 몸을 흔들고 방방 뛰고 넘어지고 뒤집어지고 그러고도 모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 포효하듯 울부짖는 순간에 물 위로 둥둥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다, 저도 몰랐을 바다의 죽음이었다. 바다는 오늘 오랜만에 속이 후련했을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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