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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누란(累卵)의 위기에 가깝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여태껏 이 누란의 위기를 추슬러 갈 인물이 보이질 않는다. 불통의 대통령도 그렇고 여야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도 대권욕에만 갇혀 눈과 귀를 막고 있고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 보아도 믿고 따를 만한 인물이 없다.

김구 선생이 상해 임시정부 주석 시절 하루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관상학적으로 볼 때 한 나라의 임시정부를 맡을 만한 큰 인물이라는 암시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수상(手相)을 보았고 그것도 별 볼일이 없어 족상(足相)까지 봤다. 그러나 거기에도 나라의 중책을 맡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김구 선생이 내린 결론은 심상(心相)이었다.

그리고 그는 “국가 지도자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후일 술회했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 가운데 제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사건들에 국민이 정신을 바로 잡을 수가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우리나라같이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에 갖가지 큰 사건들이 자고 나면 발생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대내외적으로 처한 실상이 누란의 위기에 가까운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김정은이 연일 핵 발사용 미사일 발사를 해대며 핵 공격을 할 것 같은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우리는 유일하게 이 핵을 방어할 무기인 사드의 국내배치를 두고도 국론이 찬반으로 갈려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핵에 대해 선제 타격론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등 한반도의 정세가 안갯속같이 불안하다.

지난달 5.8의 강진이 경주를 비롯한 울산 등 영남권 동남부 지방을 덮쳐 아직도 그 여진이 4백여 차례나 발생하고 있어 이곳 주민들이 지진의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데다 태풍 차바까지 덮쳐 이중고의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는 식으로 전경련이 77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20여 개 대그룹부터 단숨에 모아 이름도 생소한 ‘미르재단’이라는 것과 ‘K재단’이라는 것을 만든 배경에 대한 의혹이 불쑥 터져 나와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야당은 국정감사장에서 이 재단들의 생성 과정이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일해재단과 흡사하다며 재단을 만든 배후와 이 재단들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목청을 높이고 있고 투기자본감시센터라는 단체는 배후설이 나도는 인물들을 검찰에 고발해 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감 첫날부터 집권 여당의원들이 전무후무하게도 일주일간 국감 보이콧을 하고 이정현 여당대표도 같은 기간 단식투쟁을 감행했다. 야당과 항간에서는 여당의 국감보이콧과 이 대표의 단식은 이번 국감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미르재단과 K스포재단의 설립 배경에 청와대 실세가 관련됐다는 의혹설을 덮고 지나가기 위한 시간 벌기식 꼼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5백여 명의 교수와 정책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공간 국민성장’이라는 매머드 대선용 싱크탱크를 발족시켜 대권 잠룡들 간의 ‘폴리페서 줄세우기’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에 뒤질세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시위진압용 경찰 살수차에 물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전문 데모꾼들을 향한 표 구애에 나섰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바닥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별의별 소리’를 하고 다니고 있다.

이들에게는 국민과 북한의 핵 문제 등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내년의 대선에만 정신을 놓고 있어 국민의 가슴 속에는 기가 막힌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같이 내우외환이 겹치고 있는 이 누란의 위기에 김구 선생과 같은 구국의 심상을 가진 정치적 리더가 과연 우리 주변에는 없는가?

고도(Godot)를 기다리듯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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