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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작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진 환자가 나왔다. 6월 1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거의 매일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정부의 메르스 사태 사실상의 종식선언일인 7월 28일까지 확진 환자가 186명에 달하였고, 그중 36명이 사망하였다.

메르스 사태로 인하여 각급 학교 및 직장의 회식, 출장 등 각종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경제적 타격이 실로 엄청났다. 특히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유통, 관광, 운송 등 서비스업과 문화·여가 산업은 물론이고 해외투자 사업이나 수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나아가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하였다. 실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1년 전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고 하는 엄청난 재난을 겪은 바 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 300여 명 중 대부분이 어린 고등학생들인 최악의 해상재난인 세월호 사고는 위기 초동대응의 실패, 콘트롤 타워의 부재, 안전관리의 잘못된 관행, 긴급구조에서 위기관리체계의 오작동 등이 나타나면서 국가위기관리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사고 이후 국민안전처의 신설 등 다양한 후속조치들을 내놓았지만,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또다시 국가 위기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실로 과거 실패사고로부터 올바른 학습을 통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후진국형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앞으로도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위기 상황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우리는 지난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첫째, 위기 상황에는 초동대응이 중요하다. 정부는 감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분석을 토대로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와 행동수칙을 빠르고 일관성 있게 제공하여야 한다. 공개해서는 절대 안 되는 국가기밀 이외의 정보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참여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는 민주사회의 정책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의 요소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콘트롤 타워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체계적인 감염병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감염병 발생 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조정하고,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감염병 관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중앙정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2015 메르스 사태를 키운 진원지는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이었다. 차제에 응급실의 시스템과 입원환자에 대한 문병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단순한 감기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는 사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직접 문병 가야 하는 온정주의와 체면문화, 열악한 병원 응급실 환경 등 감염병 전파에 문제가 되는 모든 것들을 개선해야 한다. 언론이나 각급 학교에서도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간의 불신이 높고,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은 편이다.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위험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상시에 사회 각 부분에서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뢰는 국가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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