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에 기싸움·핵무기 완성·내부균열 방지 등 다목적"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도발 징후를 보여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핵실험을 감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장거리미사일(로켓) 발사장(서해위성발사장), 원산 지역의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기지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의 북쪽, 남쪽, 서쪽 갱도 입구 부근에서 트럭과 건축자재, 상자 등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새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북쪽(2번) 갱도는 지난달 5차 핵실험이 감행된 곳이다.

동창리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에서도 인력과 차량의 움직임이 활발한 정황이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력이 향상된 신형 로켓을 장착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 작업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면 지난달 중순 공개한 ‘백두산계열’의 신형 로켓을 장착한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백두산계열’의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원산 지역의 무수단 미사일 기지에서는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이 일부 식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주시해온 북한의 주요 전략시설 대부분에서 수상한 동향이 포착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내부 기념일이나 국제사회와의 갈등 등 주요 계기 때마다 각종 무력시위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이상 기류가 포착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움직임에 맞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5~6차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한 핵탄두의 위력을 검증, 노동·무수단·KN-08(ICBM)·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탑재해 핵무기체계를 완성하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유력하다.

전문가들도 군과 정부 당국의 예상과 같이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발사”라며 “‘KN-08’이나 ‘KN-14’(SLBM)와 같이 행사에서만 공개됐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마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완성된 것처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무력 과시를 통해 함경북도 지방의 극심한 수해 피해나 잇따른 엘리트 탈북 사태의 영향으로 촉발될 수 있는 내부 균열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새로운 대북 제재가 나오면 강력한 도발을 벌이겠다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에서 ‘군불떼기’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유엔 제재 결의 이전이고 수해복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강도보다 스커드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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