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선 사망자 900명 이상으로 증가…콜레라 창궐 우려

카리브 해 최빈국 아이티에 엄청난 재앙을 안기고 미국으로 북상한 허리케인 ‘매슈’로 동남부 지역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매슈는 9일 오전께 대서양으로 빠져나가 서서히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다시 플로리다 주나 바하마 제도로 U턴을 하더라도 위력을 잃어 큰 피해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내 미국에 엄청난 위기감을 안긴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 사태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언론은 7일 오전 플로리다 주 인근 대서양으로 접근해 세력을 확대하던 매슈의 본토 상륙이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피해가 작았다며 한숨을 돌렸다.

한 기상 전문가는 매슈의 직접 영향을 최대한 피한 것을 두고 “엄청난 구사일생”이었다고 평했다.

플로리다 주에서 4명, 조지아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각각 3명 등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진 노약자가 대부분이다.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와 쓰러진 나무, 정전 등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속출했지만, 아이티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과 같은 막심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은 소개했다.

◇ 매슈, 사우스캐롤라이나 상륙과 동시에 1급으로 세력 약화 = 이날 오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매클렌빌에 상륙한 매슈의 위력은 2급에서 1급으로 약해졌다.

7일 오전 플로리다 반도에 접근한 서서히 북서진한 매슈의 중심부는 대서양 쪽에 있었다. 그러다가 이날 처음으로 본토에 상륙한 것이다.

미국 연안에 당도할 무렵 매슈의 중심 풍속은 최대 220㎞(4급)이었으나 하루 사이 1급 규모인 시속 135㎞로 크게 줄었다고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밝혔다.

풍속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곳곳에 집중호우를 뿌려 홍수를 유발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남부의 고도(古都)인 조지아 주 서배너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도시 곳곳이 마비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75만 명, 조지아 주에서 25만 명, 이미 매슈를 겪은 플로리다 주에서 100만 명의 주민이 정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 주 세인트루시 카운티에 거주하는 한 노년 부부가 주차장에서 발전기를 돌리다가 일산화탄소에 질식돼 사망하고, 두 명의 여성은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유명을 달리했다.

호흡 곤란과 심장정지로 911에 신고를 하고도 강한 바람 때문에 출동하지 못해 사망한 간접 피해 사망자 2명도 있다.

조지아 주 해안경비대는 타이비 섬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표류 중이던 한 남성을 헬리콥터로 구조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당국도 불어난 물에 집과 차에서 옴짝달싹 못 하던 많은 주민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95번 주간도로 동쪽에 있는 모든 카운티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주 방위군 2천 명을 투입해 재난 복구 작업에 나섰다.

현재 긴급 피난처에서 머무는 이재민은 플로리다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약 1만2천 명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 및 주(州) 차원의 비상사태가 선포된 플로리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 주지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거듭 약속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전했다.

4개 주에서 매슈의 상륙으로 긴급 피난을 떠난 해안 거주 주민은 약 200만 명이다.

◇ 매슈 9일 오전 대서양으로 이동…약 48㎞만 본토로 진입했어도 ‘대재앙’ =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에 피해를 준 매슈는 9일 오전 대서양 바깥으로 진행해 소멸할 것이 유력하다. 플로리다 주로 방향을 바꿔 2차 습격을 하더라도 위력은 한참 떨어질 전망이다.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평가받은 매슈는 형성 후 7.25일간 중심 풍속 177㎞ 이상을 유지했다. 동반한 강풍의 속도와 형성 후 지속성, 그리고 위력을 따질 때 역대급 허리케인이 확실하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기상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라 매슈가 이동했다면서 20∼30마일(32∼48㎞)만 진행 방향을 본토 쪽으로 바꿨더라도 광범위한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기상학자인 필 클로츠박 교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서 “엄청난 구사일생”이라고 평했다.

재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코어 로직은 매슈로 말미암은 보험 가입 주택과 상가의 피해액을 40억∼60억 달러(4조4천620억∼6조6천930억 원)로 추산했다.

이 업체가 평가한 2012년 허리케인 샌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손실액은 각각 200억 달러(22조3천100억 원), 400억 달러(44조6천200억 원)에 달했다.

◇ 플로리다 주 복구 시작…해변에 하루 만에 문 연 피자가게도 = 엄청난 피해를 우려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플로리다 주는 매슈가 지나간 지 하루 만에 복구를 시작했다.

강풍에 날아온 온갖 잔해로 더러워진 도로를 청소하고 가게 문을 연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유명 테마파크인 디즈니 월드, 씨 월드, 유니버설스튜디오도 정비를 마치고 문을 열어 다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매슈가 플로리다 주 연안 바깥에 머물러 직접 타격을 피한 덕분에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 잭슨빌 비치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빌모는 8일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에게 공급할 피자를 만들려고 오븐에 불을 올렸다.

그는 “정말 운 좋았다”면서 “간판과 주택 담이 떨어지거나 무너지고, 주유소 간판의 몇 글자만 사라졌을 뿐”이라며 도시 전체가 큰 손실을 보지 않은 것에 안도감을 나타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주민 리 웨버도 “예상만큼 최악의 허리케인은 아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4개 주 주지사는 강제 대피령으로 피난을 떠난 주민과 대피처에 머무는 이재민들에게 거주지가 안전하다는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서둘러 집에 돌아올 필요는 없다며 계속 당국의 발표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 ‘폐허’ 아이티 사망자 900명 이상으로 증가…콜레라 창궐 우려도 = 4급 규모 매슈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서는 희생자가 900명을 넘고, 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매슈로 위생 시설이 파괴된 아이티 남부에서 콜레라가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졌다면서 콜레라 창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NBC 방송은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5만 명이 인도적인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군은 7일 해병대 300명이 승선한 해군 신형 상륙함 메사베르데호를 아이티로 급파한 데 이어 역시 500명 이상이 승선한 이오지마를 추가로 보냈다.

두 함정에는 피해 복구 작업에 사용될 CH-53 중무장 헬기 여러 대와 불도저, 생수 운반 차량, 음식, 의약품, 유아용 유동식, 기저귀, 응급용품이 실렸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