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지진 때 1만명 숨져…콜레라 치료센터 "환자 느는데 백신 없어 발만 동동"

허리케인 ‘매슈’로 초토화된 최빈국 아이티에서 수자원 및 위생시설 파괴로 인해 콜레라 창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9일 매슈가 지나간 뒤 남서부 아이티 지역에서 콜레라가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아이티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란델 시에서만 6명이 사망했고, 서부 해안 지역인 안세 다이널트시에서도 7명이 숨졌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또 60여 명이 콜레라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미보건기구는 성명을 내고 매슈로 인한 범람으로 물과 위생 시설에 악영향을 끼쳐 콜레라 창궐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아이티의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제레미의 병원 한 곳에서만 최소 18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으며 아마도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제레미의 야외 콜레라 치료 센터에 있는 보건당국 관계자는 환자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지만 ”콜레라 백신이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HCA) 사무국장은 ”집과 학교, 콜레라 치료 시설이 파괴되고 급수 시설과 도로, 교량이 심각하게 파손됐다“며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이 500만 달러(약 55억7천만원)를 아이티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CERF는 아이티의 콜레라 창궐 대응을 위해 유니세프에 800만 달러(약 89억원)를 대출해줬다.

아이티 정부의 콜레라 프로그램 책임자는 ”콜레라는 심각한 설사를 유발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앗아간다“면서 ”오염된 물을 통해 콜레라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에서는 2010년 대지진 이후에도 콜레라가 퍼져 8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약 1만 명이 숨졌다. 당시 네팔에서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이 콜레라를 전염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 4일 시속 233㎞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매슈로 인해 세계 최빈국 아이티에서는 현재 집계된 사망자만 900명가량에 이르며, 이재민도 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격탄을 맞은 남서부 한 지역에서만 최소 47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허리케인으로 교통이 두절된 곳이 많아 전체적인 사망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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