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열리다
닫히다
열리다
닫히다
닷새를 진분홍 꽃잎 열고 닫은 후
초록 연잎 위에 아주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
선정에 든 와불 같다

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 년이라고 할까
엄마는 쉰 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
적의의 화두마저 걷어버린
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

<감상> 엄마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알겠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것보다 몸을 비우는 일이 얼마니 필요한지 엄마로서 살아낸 엄마라면 누구나 다다를 것이다. 완경의 지점, 다비우고 난 다음에라야 그 바닥은 바닥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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