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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지진전문가들과 언론에서 마치 경주가 초토화된 것처럼 보도하는 데 누가 경주를 찾아오겠습니까? 지진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자칫 굶어 죽는 게 아닌가? 그게 더 무섭습니다.”

지난달 12일 경주지역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관광객들의 발길 뚝 끊어지자 나오는 경주시민의 한숨이자 하소연이다.

실제 경주는 강진 발생 직후인 지난달 14일부터 닷새간의 황금 추석 연휴를 맞았지만 지진 피해복구 인력 외에 관광객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9월 마지막 주말에는 보문단지 내 모 호텔의 400여 개 객실 중 단 1실만 투숙했다는 소문까지 나돌 만큼 경주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이로 인해 10월 둘째 주말인 경주시는 가을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주지역 문화유적지는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풍경뿐이었다.

봄·가을 관광시즌과 여름방학 시즌 동안 관광수입으로 한해를 살아가는 경주사람들로서는 앞길이 막막할 뿐이다.

경주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이 처음으로 경험한 강진이라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피해 규모가 과대하게 알려지고, 지진전문가들의 쏟아내는 위협적(?)인 예측들로 인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지진 발생 이후 대부분 지진전문가들은 신빙성 있는 자료나 근거도 없이 ‘지금보다 더 강한 규모의 지진이 올 수도 있다’는 막연한 예측들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 문제다.

향후 더 큰 강진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지진전문가들 중에 제대로 된 근거를 내세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의 근거라고 하는 것이 조선왕조실록이나 삼국사기 등 역사책에 기록된 내용에 바탕을 뒀을 뿐인 데다 200년, 300년 주기설까지 강조하면서 온 사회가 지진 트라우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심지어 ‘규모 8.3의 강진이 올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기상청이 ‘최악의 상황을 가상한 시뮬레이션 자료였는데 흘러나갔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주 발생 당시 언론에 공개됐던 첨성대 지진 영상 역시 CCTV 카메라가 스테인리스 기둥에 설치돼 있어 첨성대가 움직인 것보다는 카메라가 더 많이 떨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첨성대가 엄청나게 요동을 친 것처럼 방영됐다.

결국 추정치에 불과한 지진 전문가들의 의견에 불과한 내용들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마구잡이 쏟아지면서 국민의 불안 심리만 고조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고, 무책한 목소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경주시민들이 안고 있다.

그들의 예측처럼 더 큰 강진이 올 수도 있겠지만, 경주 발생 이후 보여준 지진학자들의 모습은 전문가가 아니라 국민을 흥분시키고 불안감을 조장하는 집단이 아닌가라는 의문까지 자아냈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뢰할 만한 자료를 근거로 가능성을 예측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했더라면 국민이 이처럼 불안에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모두 경주시민의 몫으로 돌아가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지진전문가들이 빈 깡통 소리만 내기에 앞서 국민의 불안을 떨쳐줄 수 있도록 신빙성 있는 근거를 토대로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연구와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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