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혐오하거나 반대로 남성을 혐오하는 혐오 신조어에다 더해 특정 연령대에 대한 혐오 표현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초·중·고생을 비하해서 ‘급식충(급식 먹는 벌레)’이라 하고, 40~50대 남성을 비하,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라 한다. 또 노인을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벌레)’라 부르는 혐오 신조어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다. 더 광범위하게는 남성을 비하해 ‘한남충(한국 남성 벌레)’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벌레 충 자가 붙은 혐오 신조어는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을 가리키는 ‘일베충’에서 시작돼 온갖 혐오의 대상에 충자를 갖다 붙여쓰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해 봤더니 ‘일베충’이란 신조어는 85만 건 이상 언급됐다. 지난해 8월 처음 등장한 ‘한남충’은 올해에만 18만 건 이상 쓰일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개저씨’는 지난 2013년 188건 사용되던 것이 지난해에는 무려 8만 건 가까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은 생각 없이 재미삼아 쓰는 표현으로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지만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와 다르게 인종이나 피부색 등을 겨냥한 혐오 표현은 규제 대상이다. 더군다나 같은 민족을 성별이나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하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라 한다.

언어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에 혐오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 사회적 집단 갈등이 희화돼 표출되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은어가 있고, 신조어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살벌한 신조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혐오 신조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천859명을 대상으로 신조어 사용 실태조사를 했더니 96.9%(1천801명)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주’, ‘매번’ 사용한다고 응답한 학생도 43%(807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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