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긴 일주일의 노동 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을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기인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 연기 어지러이 내어 뿜으며
바삐 팽개쳐진 아내의 잠옷을 집어들면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 못할 피로에 아프게 눈을 뜨면
야간일 끝내고 온 파랗게 언 아내는
가슴 위에 엎으러져 하염없이 쓰다듬고
사랑의 입맞춤에 내 몸은 서서히 생기를 띤다

밥상을 마주하고
지난 일주일의 밀린 얘기에
소곤소곤 정겨운
우리의 하룻밤이 너무도 짧다

날이 밝으면 또다시 이별인데,
괴로운 노동 속으로 기계 되어 돌아가는
우리의 아침이 두려웁다

서로의 사랑으로 희망을 품고 돌아서서
일치 속에서 함께 앞을 보는
가난한 우리의 사랑, 우리의 신혼 행진곡



감상)그들은 지하에 방을 얻었다 지상으로 뚫린 창문을 열면 발목만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눈앞을 스쳐갔다. 비오는 날이면 연탄아궁이에 빗물이 고이고 부엌 바닥에는 신발이 둥둥 떠다녔다. 그런 날조차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는 신혼만이 아는 비밀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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