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힐러리 감옥’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미주리 주(州)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클린턴을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상원의원은 10일 CNN 방송의 ‘뉴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인 쿤스 의원은 “정적을 위협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이 관행인 그런 나라들을 업무차 방문해 봤다”면서 “그런 것이 바로 독재자가 하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선후보들이 할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은 이곳 미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쿤스 의원은 아울러 “트럼프가 법치 존중의 원칙을 계속 훼손하는데 이번 발언은 어젯밤(TV토론)의 가장 무책임한 순간”이라고도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는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을 내릴 텐데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그렇게 했을 때 그의 법무부 장관은 용기 있게 사임한 바 있다”면서 “트럼프는 위험하고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하야를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를 해임하도록 엘리엇 리처드슨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압력을 넣었으나, 리처드슨 장관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

미 언론도 일제히 트럼프의 발언을 성토하고 나섰다.

NBC 방송은 트럼프의 힐러리 감옥 위협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정적 수사에 대한 공언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에게는 개인을 겨냥한 특별검사를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는 “트럼프가 자유민주주의 기초부터 갈기갈기 찢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비난했고, 시카고트리뷴은 “트럼프가 클린턴을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더 추락할 바닥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와 트럼프캠프는 힐러리 감옥 발언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이날 MSNBC 방송의 ‘모닝조’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감옥에 갈지 말지는 트럼프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그녀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하는, 그게 누구든 그 사람(사법당국)에게 달린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단지 매일 듣는 수많은 유권자의 분노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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