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이야기, 소담(笑談)의 한 종류로 음담패설(淫談稗說)이 있다. 웃음거리에 불과한 음담과 반윤리적인 패설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음담패설은 적절한 때와 장소가 아니면 화를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화를 연구한 학자들은 우스운 이야기를 사기형(詐欺型)과 기지형(機智型), 과장형(誇張型)으로 나눈다. 이 세 가지 우스개 이야기의 재능을 두루 갖춘 포항 흥해 출신 기인이 있었다.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육지에는 달삼’이라는 말 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던 권달삼(權達三)이란 인물이다. 우스갯소리계에도 간혹 불세출의 기인이 나와 재치와 기지로 삶에 찌든 사람들을 한 번 웃개 했다. 그들은 단지 웃음만 준 것이 아니라 특유의 위트로 세상을 풍자하기도 했다.

권달삼은 봉이 김선달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치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비범함으로 이름이 높았다. 권달삼과 비슷한 행적을 남긴 기인에는 우리 나라엔 봉이 김선달 말고도 정수동, 정만서, 방학중 등이 있다. 이 중 지명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대동강물 팔아 먹은 이야기로 유명한 김선달이다. 평양에 김선달이 있었다면 서울에서는 정수동이 있었으며, 경주에는 정만서가 있었고, 영덕에는 방학중이 있다고 했다.

세상에는 웃자고 한 이야기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패설인 것이다. 1996년엔 양성평등기본법에 ‘성희롱’이 명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본인은 ‘웃자고 한 얘기’라 해도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면 성희롱 범죄로 고소당할 수 있게 됐다.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 대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 스캔들이 연일 화제다. 9일(현지시각)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대선 2차 TV토론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이날은 ‘미국 정치가 벌거벗은 날’로 불릴 정도의 난타전이었다. 수년 전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녹음 파일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럼프는 ‘라커룸에서 나눈 수준의 사적 얘기’라고 했지만 항간에 회자 됐던 권달삼 얘기가 아닌 대통령 후보의 패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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