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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뜻밖의 참패로 여소야대 구도의 국회를 만들었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것이 오늘로써 꼭 6개월이 지났다.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공직선거법 제268조 제1항). 따라서 오늘 이후에는 검찰은 더 이상 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할 수 없다. ‘국외선거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5년(법 제218조의 26)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에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를 10년으로는 새로 정한 것(법 제268조 제3항)이 이에 대한 예외라 할 수 있다.

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는 1980년대 후반까지 3개월이었다가 1989년에 6개월로 확대되기는 하였지만, 이것만으로 추세적으로 더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그 이후 40여 차례의 선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6개월은 그대로 고수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6개월로 짧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정운영의 안정’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선거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어떤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여 공직을 박탈할 것인지 여부를 되도록 조기에 확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음 선거에서나 이를 바로 잡으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야당으로서는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위험을 되도록 빨리 제거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토대가 될 선거법 위반 사안들을 짧은 공소시효로 덮는 것은 비정상 중의 비정상으로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의 목적은 법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률을 위반한 자(그가 당선인 쪽이든 아니든)를 끝까지 추적하여 처벌하는 것이야 말로 한 번이라도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다시는 선거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길이고, 우리의 선거제도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하게 치루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어느 후보가 선거후 6개월만 잘 버티면 그가 법을 위반하여 얻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4년(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자치단체장)이나 5년(대통령)의 임기가 그대로 보장되고 마는 지금과 같은 현실은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다. 선거 후 6개월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중대한 선거불법이 발견되었는데도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제도를 계속 존치하여야 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를 위하여 그들의 죄를 사(赦)하여야 하는가? 2007. 12. 21.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었다. 2015. 7. 24.에는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어 살인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 

이와 함께 미성년시절에 성범죄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 고소를 할 수 있도록 공소시효를 연장하여 성범죄자를 철저히 처벌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도 모두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야기를 하면서 헌법 제44조에 규정되어 있어 포기가 가능하지도 않은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거나, 자신들의 엄청난 세비(歲費) 중 몇 푼 안 되는 돈을 깎느니 마느니 하는 정도의 논의는 당장 그만 두었으면 한다. 이제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폐지”를 당당히 외쳐주실 국회의원을 기다린다. 그는 백마라도 타고 홀연히 나타나실 초인(超人)으로 기억될 것이다. 단 한 분 만이라도 어서 우리 앞에 나타나 주셨으면 참 좋겠다. 위버멘쉬(?bermensch)여, 그대 어디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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