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감상) 그 땐 왜 몰랐을까, 시간이 흐른다는 걸, 흐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시간은 저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제 주위의 것까지 모두 끌고 흘러가버린다는 걸, 나는 시간에 끌려 흐르다 예상치 못한 등걸에 걸린 지푸라기, 아무리 흐르려고 발버둥 쳐도 시간이 돌아봐주지 않는 한 꼼짝도 할 수 없는…… 이럴 때도 밥은 먹어야하나……(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