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목적지도 아닌 것 같던데…" 이름도 안 밝히고 떠난 의인들

관광버스 화재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부상자를 직접 병원으로 옮기거나 생존자 탈출을 도왔던 의인들의 활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직후 불이 붙은 버스에서 탈출한 부상자들은 멀리 몸을 피하지도 못하고 주변에 주저앉았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차를 세운 남성이 있었다.

이 남성은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에 태웠다. 그중 한 명은 발목이 완전히 부러진 중상자였다.

사고 여파로 고속도로에 늘어선 차량 행렬을 고려할 때 마냥 구급차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울산요금소 쪽으로 차를 몰았고, 운전하면서 119에 전화를 걸어 “어느 병원으로 옮기면 되느냐”고 물었다.

119 안내를 받아 남구 좋은삼정병원에 도착한 남성은 응급실로 뛰어들어가 “휠체어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사고 소식을 접하지 못한 병원 직원이 어리둥절한 채로 휠체어를 밀고 오자 차에서는 신체 곳곳이 그을리고 연기 냄새를 풍기는 부상자 4명이 내렸다.

부상자가 응급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남성은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않은 채 병원을 떠났다.

병원 직원은 “부상자를 이송한 남성은 울산이 목적지도 아니었는데 부상자 이송을 위해 울산으로 내달린 것 같다”면서 “자신을 교사라고 밝혔는데 별다른 말도 없이 돌아가 버렸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본인이 울산 지리를 모르니까 119에 물어보면서 차를 몰았다고 했다”면서 “자신의 행선지도 아닌데 앞장서서 부상자를 옮기는 행동은 보통사람이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재 현장에서도 또 다른 의인의 희생이 목격됐다.

불이 붙은 버스 출입문이 콘크리트 분리대에 막히는 바람에 생존자들은 반대편 유리를 깨고 탈출해야 했다.

이때 한 남성이 승객들의 탈출을 도왔고, 이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하는 등 본인도 다쳤다.

그는 부상자들과 함께 울산 동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가벼운 치료만 받고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 역시 주변에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10시 11분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불이 났다.

버스에는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 퇴직자 부부 모임 회원들과 운전기사 등 2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이 불이 난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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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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