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설전’ 벌이다 서류 갖춰와 찾아가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미국으로 강제 출국 당한 재미교포 신은미(55)씨가 국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려다 거부당했지만 곧 관련 서류를 보완해서 돈을 찾아갔다.

이 계좌가 개설돼 있는 은행 측은 강제 출국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신씨와 그를 대리하는 법인이 출금 등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씨의 법무 대리인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지점을 방문해 신씨 계좌에 있는 일정액을 중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신씨의 계좌에는 당시 북한동포 돕기 성금만 2천400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이 출금, 해외송금, 거래내역 등을 요구하자 은행 측은 난색을 보였다. 법률대리인이 가져온 위임장에는 ‘출금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위임한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을 뿐 송금이나 거래내역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률대리인도 관련 서류를 갖추지 않았다. 은행 측은 금융거래를 시작할 때 받는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비롯해 ‘미비 문서를 보완해오라’며 대리인을 돌려보냈다.

이에 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해를 입은 북녘 동포 돕기 성금 인출을 거부하는 국민은행’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은행이 북녘 동포 돕기 모금인 것을 알고 자금 활용계획서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핑계를 내세워 (중국으로의) 송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송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제대로 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절차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일 뿐”이라며 “법률대리인이 관련 서류를 구비해와 오늘 신씨 측이 돈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지금 쌀을 사서 직접 전달하는 일이 대북 경제제재법을 위반하는지 미국 국무부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로버트킹 미국 국무부 인권대사가 인도주의적 도움은 관계없다고 한만큼 허락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러면 저는 곧바로 수해지역인 함경북도 회령과 온성으로 달려갈 것”이라면서 “한 줌의 쌀이지만 북녘 동포의 고통을 남녘과 해외 동포, 따뜻한 외국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지난 9월 중순부터 태풍으로 큰 수해를 입은 북한 함경북도 수재민을 돕기 위한 기금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과 유에스뱅크(US BANK), 페이팔(PAY-PAL) 계좌로 모인 성금 액수는 3천8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 계좌에 모인 금액은 2천400만원 정도다.

국민은행 계좌는 평소 신씨의 어머니가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 등을 관리해 왔다. 신씨는 그동안 어머니가 통장을 관리해왔고,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북한에 송금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국민은행 측이 돌연 송금을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측은 이와 관련 “언론에 신씨가 수재민 돕기 기금을 모금한다는 보도를 본 후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서 신씨의 계좌를 CDD(고객확인제도)해당 계좌로 지정했다. 이는 법에 따른 것이어서 우리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DD는 금융회사가 자금세탁행위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고객의 신원, 거래의 목적, 자금의 원천, 실제 소유자 확인 등을 통해 고객에 주의를 기울이는 제도다. 단순히 실명제만 적용될 경우 이름과 고객 번호를 확인하는 데 비해 CDD가 적용된 계좌에 대해서는 실명확인, 주소, 연락처, 직업, 금융거래 목적, 자금의 원천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CDD로 지정된 계좌는 은행 측에서 이처럼 깐깐하게 들여다보며, 이에 따라 금융 거래시 계좌 주인에게 요구하는 서류도 많아진다.

신씨가 주장한 것처럼 ‘어머니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되던 계좌가 갑자기 출금이 안되고 요구서류가 많아졌다’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씨의 모금행위 자체가 실정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천만원 이상의 모금행위를 하려면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 모금을 할 경우에는 모집 지역과 목적, 금품의 종류, 목표액, 사용방법 등에 대해 계획서를 작성해 광역 시·도에 등록하도록 돼 있다. 신씨의 모금액은 1천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모금을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신씨는 지난 2014년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토크문화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해 보수단체로부터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후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 처분을 받아 5년간 우리나라 재입국이 금지된 상태로 국내에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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