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잠자리떼
잠자리가 데려온 하늘인 듯
잠자리가 놀 때까지만 바람인 듯
까르르 투명한 날개들의 웃음꽃

저녁의 식탁,
밥 내음처럼 둘러앉은 식구들
은은하게 끓는 찌개의 영혼
전등빛 아래, 이 저녁말고는
다른 저녁은 오지 않을 듯, 어머니는
내 밥 위에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올려주시고

후두둑
빗방울에 고개 들면
텅 빈 하늘


감상)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보이지 않는 마음,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짐작 안 되는 마음, 아무 데도 없는 듯하다가 어디에나 있는 듯한 마음,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숨어버리는 마음,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두 손을 벌리면 햇살처럼 손바닥에 내려앉기도 하는 마음, 그러다보면 알게 되는 게 있지, 마음은 늘 제 그림자만 보여준다는 것, 당신도 어쩌면 내 마음의 그림자?(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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