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거듭한 제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1차적으로 막을 내렸다. 국회는 1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비롯한 13개 상임위원회에서 마무리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권 실세 개입 논란과 맞물린 미르·K스포츠 재단의 모금 특혜 의혹과 농민운동가 백남기 씨의 사인 및 부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끝 없는 공방이 계속됐다.

이번 국감 기간에 입법부의 고유기능인 행정부 견제와 감시 비판을 제대로 행사한 국회의원들은 눈 닦고 봐도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이 비판과 함께 대안 정책으로 이어질 만한 국감을 한 의원들을 기억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초선이 많은 대구경북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따끔한 국정 비판이나 시원한 지역 문제에 대한 이슈 제기는 없었다. 그만큼 지역 의원들의 의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상임위의 정책질의에서 우리지역의 A 초선의원은 장차관들에게 사리에도 맞지 않은 질의를 해 동료의원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특히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라는 대형 이슈에 대해서 빠른 이전에 대한 대안을 내놓은 의원도 없었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 보다 덜 중요한 사안에 집중하는 전략적 실책을 했다는 중론이다. 여소야대 국회 운영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집권 여당은 더욱 그렇다. 유례없이 국감을 보이콧했다. 피감기관 235곳 중 98곳의 국감이 무산됐고 137개도 야당만이 참석하는 ‘반쪽짜리 국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당이 뒤늦게 합류한 ‘막장 국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시민단체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으로부터 “모니터를 시작한 18년 만에 처음으로 F 학점을 줄 수밖에 없는 초유의 국감”이라는 평을 받았다. 모니터단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도 D 학점을 준 바 있다. 부실한 자료 제출과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한 피감기관도 등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대구시립희망원이 국회에 제출한 내부 식당 식단표가 실제와 차이가 있었다며 대구시립희망원 관계자와 대구시청 관계자를 고발조치할 것을 위원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마다 국감이 끝나면 국감에 대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왔다. 헌법에도 명시된 국회의 국감 기능이 제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국회의원의 준비된 정책 자질과 식견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분발로 다음 국감은 제대로 진지한 국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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