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휴대전화를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미래산업으로 여겼던 이 회장은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노발대발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삼성은 품질지수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품질 개선 드라이브를 걸었다.
20년쯤 전에 있었던 삼성의 ‘불량제품 화형식’을 지금 다시 떠올리는 것은 최근 삼성의 ‘갤럭시노트 7’의 발화로 리콜, 교환에서 단종선언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품질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으로 입은 손실이 ‘7조원+α ’에 달할 것이라 한다. 올 3분기와 내년 2분기 판매 수익 등까지 합치면 손실 규모는 최대 8조 원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등기이사로서 본격적인 책임경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실용주의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경직된 관료주의 시스템을 바꾸고 실리콘밸리 문화 이식을 시도하고 있는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3류 의식에 빠져 있던 임직원들에게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했던 이건희 회장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삼성을 ‘시스템이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했지만 시스템에 이상신호가 왔다. 지금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