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감상) 그 때 그 사춘기의 라디오, 채널을 돌려도 전파가 잡히지 않던, 알 수 없는 소리만 쏟아내던 라디오, 한참동안 왜 이럴까 왜 이럴까 쳐다보게 하던 라디오, 결국 전선을 뽑고…… 그 잡음의 순간을 돌아보게 하던, 잡음이 그리워지게 하던 그 라디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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